고백 또는 일기, 편지/오늘의 묵상

[날마다 묵상]141002 「미안해 하시는 하나님」

DoDuck 2014. 10. 2. 06:23

[날마다 묵상]141002 「미안해 하시는 하나님」

(마 5:43~45)

43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여라' 하고 이른 것을, 너희가 들었다.
44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의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45   그래야만,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해를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사람에게나 불의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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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묵상글을 하루 쉬면서 지난 한달간 묵상나눔을 해온 뒷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아직 때가 아닌지 자꾸 망설여지고 글이 뒤죽박죽 생각이 엉키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아예 아무말도 하지 말고 그냥 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쉬고나니 이런 고백을 할 수 있게 되는군요.


날마다 '묵상'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반성도 많이 하는데요, 왜 이런 일을 시작했는지, 누가 읽으라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인지, 왜 쓰고 왜 읽게 하는지 자주 돌아봅니다.

하지만 고백하고 싶은 것은 계획은 사람이 세우지만 결정은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것입니다.


제가 묵상글을 나누는 통로는 카톡1:1대화를 통해 대략 30명, 그룹대화방 1곳(참여인원 나도 모름), 밴드 4곳(회원수 31명+4명+13명+5명), 그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블로그입니다. 블로그의 조회수를 보면 제 글을 읽는 실제 인원은 대략 2-30명으로 생각됩니다.

카톡 1:1 대화는 '끈끈한 인연으로 이어지는 소수의 친구들'과 '배움의 길에서 만난 좋은 분들', 특히 '함께 봉사하고 있는 분들'(이분들은 본인의 선택과 상관없이 보내드리고 있네요. 죄송^^), 마지막으로 저와 인연이 닿았던 목사님,신부님들께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난 스스로 나의 신앙이 정통,주류를 자처하는 교회 세력들과 거리가 멀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늘 조심스러웠습니다. 아마 목사님, 신부님들께 나의 묵상을 보내드리는 이유 중에 하나는 혹시 내가 이단사설로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붙들어달라는 요청일 것입니다.


묵상글을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세월호 가족들의 농성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비난하는 소리들을 들으며 느꼈던' 견딜 수 없는 충동이었습니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그들과 함께하며 싸우라고 하시는데, 같은 하나님을 섬긴다는 분들이 그들을 대적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던 것이지요. 처음엔 이런 소식 들어봤냐며 그분들이 접해보지 못했을 소식들을 주로 전하려고 했었는데, 하나님은 제게 묵상글을 쓰도록 인도해 가셨습니다.

그리고 이글들을 지금 어떻게 사용하고 계신지 제 생각을 넘어서고 있는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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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오늘의 묵상 제목 [미안해 하시는 하나님]은 이러저러한 반성을 하는 가운데 "나는 하나님을 어떤 분으로 고백하고 있는가?" 지난 한달 간의 글을 돌아보다 발견한 하나님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기독교 인구의 90%는 이러한 모습의 하나님을 생각지도 못하고 있고, 이러한 하나님을 얘기하면 불경하다 내치지 않을까요?)

제게는 하나님의 이런 모습이 힘을 주셨고, 한 걸음 더 깊은 깨달음, 더 넓은 하나님의 품으로 나아가는 계기가되었습니다.


주님께서 하나님의 이런 모습을 처음으로 제게 보여주신 것은 바로 오늘의 말씀 <마 5:44>을 붙들고 씨름하던 때였습니다. 

저는 "하나님! 당신도 못하시는 일이잖아요!" 따지고 대들었지요.

그때 불현듯 마음속에 깨달음이 생기는데, 마치 주님이 내게 말을 건다는 느낌이었습니다.(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네요.)

"형구야, 미안하다. 그래 나도 못하는 일을 하라고 시켰다. 

그런데 이 바보야! 생각좀 해봐라. 왜 내가 그렇게 말했겠니? 

'원수'를 사랑하는 일은 나도 못할 일이지만, 내가 네게 하고 싶은 말은 그 '웬수'가 정말 '웬수'냐는 거야! 

니가 지금 감정이 상해서, '속'이 상해서, 그놈을 '웬수'라고 생각하지만, 걔도 알고보면 너랑 '형제'라니까! 

뭐? 형제랑 싸우게 하러 왔다고 내가 그러지 않았냐고? 형제가 원수가 될 거라고 말하지 않았냐고?

이놈아, 그러니까 그게 그말이지!"

그날 처음으로 하나님은 제게 "미안해!" 말씀하셨고, "있지~. 비밀인데, 실은 나도 못하는 게 한 가지 있어. 잘못했다고 빌지 않는 놈, 그런 놈은 나도 용서 못해!"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리고 그날 나는 하나님을 용서해 드렸습니다. 내게 "미안해!"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뭐, 사실 용서고 자시고 할 것 있었겠어요? 하나님 큰 뜻을 제가 몰랐던 게 문제였겠지요.

아무튼 그 후로 종종 저는 미안해 하시는 하나님을 뵙습니다.

세월호가족들을 두고도 하나님이 얼마나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지, "그러니까 제발 니가 더 열심히 하라" 그러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