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이버 교실/02 사람의 등급

'인격'과 '인간다운 삶'의 관계 - "아니, 여기서 뭘 더 배워야 ③

DoDuck 2006. 4. 5. 09:50

  '사람답게 살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렇다고 그것을 모른다고해서 사람이 아니라거나 인격이 모자르다고 할 수는 없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사람답게 산다는 것'과  '사람답게 된다'는 것이 서로 다르단 말입니까?  '인격'과 '사람다운 삶'은 서로 관계가 없는 것입니까?

  "아니, 여기서 뭘 더 배워야 사람이 되느냐구요~!" ①   를 열심히 읽어본 학생들 중에 똑똑한 아이들은 이런 질문을 해 온다. 정말 난감한 질문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생계비'라는 표현(보건복지부에서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어느 정도 돈을 주어야 하는지 정할 때, 노동부에서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정해나갈 때 이런 표현이 자주 등장함)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일까? 똑똑한 아이들의 질문을 나는 이렇게 비껴간다. (여기서 '비껴간다'고 표현한 이유는 사실 진짜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아직도 더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이냐?"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말은 '먹고 자고 옷입는' 기본적인 생활이 '동물과 다르게 인간다운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동물과 다른 인간다운 방식'을 우리는 문화(文化 )라고 한다. 그러므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문화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어, 동물과 같은 상태로 전락하는 것을 막자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오랜 세월동안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누리게끔 해 줘야 하겠다는 것의 내용도 더욱 풍부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문화와 인격의 상관관계는 그렇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사실 엄밀히 말해 문화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고 해서 인격(사람의 등급)이 낮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생활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사람은 스스로 욕망의 포로가 되어 자기 인격을 돌보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사흘 굶어 도둑질 안할 놈 없다'는 속담처럼. 그러므로 문화적인 삶을 살아가는 일이 인격수양에 있어서도 중요한 조건인 셈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사람다움'이라든지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인가' 등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은 생존에 급급하여 욕망의 포로가 되어 있는 상황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생존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도 사람과 짐승의 차이를 생각하며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짐승처럼 살면서 생존을 유지하려 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 죽음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문화적인 삶을 통해서 '사람과 짐승의 차이'를 온몸으로 배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격'('사람이 된다'는 것)과 '인간다운 삶'('사람답게 산다'는 것)의 복잡미묘한 차이를 '인간다운 삶'이란 표현을 '사람처럼 사는 것'으로 바꿔 부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같다.

 

  사람처럼 살고 있다고 다 사람이 아니고, 사람처럼 살지 않는다고 해서 다 비인격자는 아니지만, 사람처럼 살아가는 가운데 사람과 짐승의 차이에 눈을 뜨게 되고,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을 갖게 된다.

 

  이제 처음 질문에 결론을 내리자. '인격'-'사람이 된다'는 것과 '인간다운 삶'-'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다. 그러나 사람답게 생활하는 가운데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배우고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되기 때문에 '사람답게 생활한다'는 것은 인격수양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