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이버 교실/02 사람의 등급

"아니, 여기서 뭘 더 배워야 사람이 되느냐구요~!" ①

DoDuck 2006. 3. 27. 07:04

  청소년들을 향해 "너네들은 아직 미성년자, 즉 사람이 덜 되었지. 사람이 되려면 좀더 배워야 해!"라고 말하면, 그들은 십중팔구 이렇게 말한다. "아니, 여기서 뭘 더 배워야 하느냐구요~!"

 

  사실 청소년기란 "몸은 이미 어른인데 아직도 애취급을 당하는 시기"다. 왜 애취급을 당해야 하는가? 결정적인  이유는 아직 더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옛날에 비해 요즘 사람들에게는 배워야 할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마치 이전엔 사치품이라 생각되던 것들이 오늘날 생활필수품 취급을 받게 되는 것처럼, 예전엔 몰라도 좋았던 것들을 이제는 기본상식으로 알아두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 예를들면 컴퓨터도 있고, 영어도 있고. 과학상식, 사회상식 등도 얼마나 양이 늘어나고 있는지....

  배워야 할 게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청소년기도 길어진다는 뜻이다. 오늘날의 청소년기는 법으로는 12세에서 18세 또는 20세까지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는 대략 12세에서 22~24세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사실상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자기구실을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5세면 결혼적령기로 생각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정말 엄청나게 청소년기가 길어진 셈이다.

 

  이 기나긴 청소년기를 보내는 동안 참고 참아야 하는 것들로 인해 생기는 스트레스만해도 엄청난 것인데, 그런 청소년들에게 "너네는 '개같은 놈' 등급의 인격을 갖고 있어. 사람이 되려면 아직 멀었어. " 라고 말한다면 듣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열을 받을까?

  "이까짓 수학공식 하나 모른다고 어디가 덧나냐?", "영어 좀 못 하면 인간도 아닌가, 뭐?" , "컴퓨터 모르면 사람도 아닌 겁니까?"  청소년들의 항의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사실 그렇다. 사람답다든지 사람답게 산다든지 하는 표현은 어찌 생각하면 참 엉뚱한 말이다. 이미 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나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있는데, 짐승처럼 산다는 둥, 짐승같다는 둥, 사람답지 못하다고 말하는 게 웬만큼 사고수준이 높아지지 않으면 이해되지 않는 얘기들일 것이다. 인간과 짐승의 차이가 뭐란 말인가?

  인간과 짐승의 차이를 말할 때, "직립보행을 하느냐 못 하느냐"의 차이가 중요한 차이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직립보행을 못하는 장애인을 두고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말을 하느냐 못하느냐" 역시 마찬가지, 벙어리라고 해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헬렌켈러나 스티븐 호킹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위대하신 분"이었다고들 말한다.) "도대체 사람답게 산다는 게 무슨 뜻일까, 인간과 짐승의 차이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