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이버 교실/01 공부 잘 하는 비결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능력은?

DoDuck 2006. 4. 2. 07:58

  공부를 잘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 가장 기본적인, 없어서는 안될,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 이 능력에 따라 성적이 좌우된다. 자, 어떤 능력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대답은 기억력, 창의력, 집중력, 체력,… 등이다.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기가막히게 "노력(勞力)"이란 대답도 나왔다. 힘力 자만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노력"도 능력의 하나라고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 나의 정답은 "어휘력"이다.

 

  공부는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공부를 할 수 없다. 어휘력은 상대방의 말귀를 알아듣는 능력이다.

  헬렌켈러의 예를 들어보자.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 촉감이라는 감각을 이용한 대화에 성공하고부터 그녀의 공부가 시작되었다. 모르는 것들을 설리번 선생님께 손을 내밀어 이름을 배웠고, 그렇게 깨우쳐 나간 단어들은 사물의 이름만이 아니라 사랑과 같은 추상적인 단어들에 이르기가지 발전해 갔을 것이다. (헬렌켈러는 세상과 어떻게 소통했는지 스크랩(인물)에 있는 헬렌켈러에 대한 글을 읽어보길 권한다.)

  헬렌켈러가 하버드대에서 공부할 수 있을 만큼 되기까지 세상과의 의사소통능력을 갖추기 위해 했던 노력을 생각하면,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 어휘력이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옛날 인수중에 근무하던 시절, 당시 중1이었던 딸에게 쓴 편지글 하나를 아래에 덧붙여둔다. 어휘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라는 충고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렇게 해보라고 방법까지 알려주었는데, 하님이 역시 수학은 아직도 많이 어려워하고 있는 걸 보면 아빠의 충고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역시 자기자식 가르치는 게 제일 힘들어!)

 

 

하님아 시간이 너무 잘 지나간다.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일이 많은데, 또 다른 일이 밀려온다. 벌써 방학이 그리워지니, 아빠가 제대로 된 선생님인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한 학생을 가정방문하여 이야기하다가 어떻게 하면 부족한 기초를 보충할 수 있을지 충고하게 되었는데, 아빠의 충고가 그 학생에게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충고라고 느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빠의 사랑하는 딸, 하님이 너에게 제일 먼저 잘 일러주어야지.  언제나 공적인 일을 먼저 배려하느라 소홀하게 되는 너희들, 아빠의 아들 딸들에게 이런 정도의 특권은 부여해도 괜챦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님아, 공부를 잘하려면 가장 필요한 능력이 무엇이겠니? 너도 평범한 다른 아이들처럼, 좋은 머리라고 대답하겠니? 아빠의 대답은 바로 "어휘력"이란다. 왜냐구? 공부는 바로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대화에는 언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지. 아빠는 수학실력마저도 어휘력이 좌우한다고 믿는단다. 수학이라는 나라에서 사용되는 수학어(數學語)가 있는데, 그것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가 수학실력을 좌우하는 것이지.

 

  그런데, 바로 이 어휘력을 기르기 위해 할 일이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으라는 대답을 한단다. 어쩌면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도 필요한 일이겠지. 그러나, 아빠는 조금 다른 충고를 해주지.

  아빠는 사전하고 놀라고 말하고 싶다. 사전을 갖고 노는 방법이 어휘력을 늘리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으로서는 최고의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을거야.

 (여기까지는 이미 늘 해오던 이야기였단다. 아빠에게 배우는 모든 친구들이 여기까지 들었었지. 이제 좀 더 구체적인 공부방법을 얘기해볼까? 아마 이얘기는 지난 번 가정방문한 친구말고는 네가 처음 듣게 될거야. 그리고, 그 친구도 사실은 직접 들은 얘기가 아니고 그 친구의 엄마에게 들려준 지침이었으니 얼마나 잘 알아듣고 실천할 지 아무도 모르지. 자, 아빠의 충고를 잘 새겨두렴.)

  사전을 갖고 논다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 그것은 어떤 말이든 "그 풀이를 살펴보고 실제 사용된 예를 통해서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노력하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지. 우리가 사전에서 찾고자 하는 말은 어떻게 떠올랐지?
  막연히 사전을 갖고 놀라고만 해서는 별로 충고의 효험이 없는데, 아마 사전만 가지고서는 어떤 단어에 대해서 뜻플이를 해볼까 막연하기 때문일거야.

  그냥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말이 나오면 찾으면 되지 않느냐고? 그게 습관이 되어 있으면, 이런 충고가 필요없겠지. 그런 습관이 몸에 배지 않은 친구들이니까 더욱 문제일거야.


  워낙 기초가 부족한 아이에게 언제 어떻게 무슨 단어를 익히게 하나? 덥석 사전만 안겨주고, "이 사전에 있는 모든 낱말뜻을 읽어 봐! "라고 윽박지르면 되겠니? 어떻게 하지?
  이런 고민을 할 때 퍼뜩 머리에 떠오른 것이, 우리들의 교과서에는 제일 뒤에 [찾아보기]라는 것이 마련되어 있어서, 중요한 단어들이 해당 교과서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페이지를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님아, 이렇게 공부해보렴. 교과서마다 나오는 찾아보기란을 모두 컴퓨터에 입력시킨 뒤에 그 단어의 순서를 가나다순이 아니라 페이지 순으로 바꾸어 배열하는 거야. 그리고 그날그날 진도를 나간 뒤에는 오늘 공부한 페이지에서 찾아보기에 등장하는 낱말을 찾아 그 뜻을 정확하게 설명해보렴. 심심하면 잘 알고 있어도 사전에서 찾아보는 거야.
  막연히 사전만 갖고 노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단어를 찾아야 하는지를 좀더 분명히 한 셈이지. 어떤 낱말에 대해서 좀더 분명히 그 뜻을 알아두어야 하는지 확실히 해두는 거야.
  교과서의 끄트머리에 나오는 [찾아보기], 그 [찾아보기]를 잘 활용하렴. 아마 요것만 잘해도 성적이 상위권에서 맴도는 것은 문제 없을 걸? 껄,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