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묵상]141014「이겼노라!」
(요 16:33)
내가 이렇게 말한 것은, 너희로 하여금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시련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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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흩어져 도망갈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입니다.
"닥쳐올 시련을 겁내지 마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십자가에서 처형을 당하실 예수님이 선포하신 승리.
부활의 소식을 듣고도 믿지 못하던 제자들이 ― 부활하신 주님을 다시 만나고, 주님의 가르침을 다시 기억해내고, 주님 승천 후 성령의 임재를 기다려 ― 승리의 걸음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결국 예수님처럼 십자가에서 죽었습니다.
예수님이 이겼다고 선포하신 세상에서, 예수님도 예수님의 제자들도 대를 이어 십자가에 달려 죽었습니다.
사자의 먹이로 던져지고, 끓는 기름 가마에 튀겨지는 죽음의 행렬을 계속하면서도, 그들이 "이겼다"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 몇 백년이 흐른 어느 날, 로마의 콘스탄틴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했기 때문인가요?
그분들이 이미 이긴 삶을 살고 있었던 걸까요?
이미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셨던 예수님,
이미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감으로써,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의 행복한 삶-죽음을 이겨낸 삶의 모습이 드러나, 그들안에도 거듭난 삶을 향한 소망이 불붙기를 원합니다.
지금 우리 가운데 함께하시며 우리를 이끄시는 성령님,
우리가 예수님 말씀하신 '등경 위에 놓아 둔 등불'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옵소서.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슬픔에 젖어 있는 우리들의 몸짓, 그 억울함을 못이겨 몸부림치는우리들의 싸움, 십자가 앞에서 돌아서는 이웃들을 바라보며 외치는 절규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 이 모든 우리 삶의 모습이 "이겼다" 외치며 살아가는 기쁨의 시간들로 기억될 수 있도록 변화시켜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우리는 세월호 참사 이전처럼 살 수 없습니다.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특별법을 제정하라." 광장 천막에 있는 문장입니다.
지난 주일 저녁 광화문 광장에 나가 사람들의 노래와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아리랑축제가 끝나갈 무렵 세월호천막 앞에선 좌담회 형식의 촛불문화제가 진행되었습니다.
시작할 시간이 넘었는데 둥그렇게 배치한 의자들의 빈 자리가 너무 많았습니다.
어쨌든 누군가 이야기를 시작하였고 순서가 이어지는 동안 빈자리가 채워져 갔습니다.
이날 노래로 자신의 발언을 대신한 가수가 있었는데, 그녀가 세번째 노래를 할 때 쯤엔 의자뒤에 서서 보고듣는 사람들이 몇 겹으로 둘러서 있을 정도로 많이 모였습니다. 그녀(아! 이름이 임정득이랬다.)가 나를 매혹시켰습니다.
저녁,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는 몸이 천근만근, 순간순간 세상이 이대로 멈출 것같은 느낌들이 있었는데, 돌아오는 길은 기쁨으로 충만해 있었습니다.
아직 안전한 나라를 만들 특별법이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세월호 참사 이전처럼 살지 않고 있는 나를 비롯한 많은 이웃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천년이 지났어도 세상 모두가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지 못하듯이,
여전히 세상에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고, 또 그들이 이 사회의 법과 제도를 주무르고 있겠지만,
그러나
이미 다른 삶을 시작한 우리들은 선언할 수 있습니다. "이겼노라"
우리 삶의 이긴 모습들이 등불처럼 드러나는 무대, 광화문 광장이 바로 그런 등경으로 자리매김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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