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이버 교실/05 진정한 용서

모르고 한 잘못은 용서받을 수 있는가? (용서는 누구에게? ③)

DoDuck 2008. 1. 10. 01:27

  사람들은 가끔 ‘모르고 그랬으니 용서해 달라’고 하기도 하고, ‘모르고 그랬으니 용서해주자’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과연 있는가’를 묻고 싶다. ‘그런 의지가 엿보이므로 용서해주자는 것인가’ 확인하고 싶다.

  ‘모르고 그랬다’는 것을 면죄부처럼 생각하는 것에 나는 반대한다. ‘몰랐던 것’에 대한 확실한 깨우침이 있는가?

  모르고 그랬으니 용서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용서를 해달라고 하는 그 순간에도, 왜 잘못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아니 그게 왜 잘못인지 여전히 모르는 상태에 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은 무지한 상태를 벗어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방어하는 편리한 무기로 사용하기도 한다.


  “모르고 그랬어요. 한번만 봐주세요.”라고 말하는 경우는 대부분 예상치 못한 실수를 저질렀을 때 하는 얘기다. 이 말의 핵심은 사실상 일부러 한 짓이 아니라는 것, 자신도 선의지가 있기 때문에 잘못된 결과가 나올 줄 알았다면 자기도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얘기다. 그렇다면 고의가 아닌 잘못은 무조건 용서할 수 있는가?

  사실 그 잘못이 고의냐 아니냐는 얼마나 큰 벌을 주어야할까를 결정하기 위해 따져보는 것이지, 용서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결정하기 위해 따지는 것이 아니다. 용서를 받기 위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며, 그 뉘우침은 어떤 태도로 증명되는 것이다.

  고의가 아닌 잘못은 잘못이 아닌가? 선악을 판단함에 있어 동기와 결과를 보고 판단하라는 얘기가 있는데, 동기만 가지고 선악을 판단한다면 고의가 아닌 잘못은 잘못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과실치사도 살인미수도 1급살인처럼 범죄행위라는 것을 잊지 말자.

  대부분의 잘못은 무지로부터 비롯된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잘못을 교훈 삼아 무지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것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우리가 반성해야 할 초점은 ‘무얼 모르고 있었는가’로 모아져야 하는 것이다.

  무지는 모든 악의 씨앗이다. 심지어 알면서 저질렀다고 말하는 잘못들도 더욱 깊이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몰라서 저지른 잘못일 때가 많다.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이동수업을 하느라 빈 교실을, 수업을 빼먹고 돌아다니던 학생 두 명이 털었다. 다행히 증거를 확보하여 범인을 잡아 진술서를 받고 선도위원회를 열어 사회봉사와 특별적응교육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특별적응교육이란 부적응 학생들의 습관교정을 위해 고안해 낸 프로그램으로, 일정기간 동안 방과후 야간교육을 강행하여 맞벌이부부 등 가정에서 방치된 학생들이 방황할 시간을 줄이고, 도덕시간에 가르쳐 왔던 인성교육을 위한 특별강의를 인터넷자료로 학습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야간교육이 있는 데다 특별강의내용에 대해 시험을 치러 합격하지 못하면 체벌까지 하니, 교육대상이 된 학생입장에서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신세처럼 느껴질 것이었다.

  특별강의 시험문제를 통해 이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A라는 사람은 도둑질은 나쁜 행위라고 알고 있지만, 들키지 않을 자신만 있으면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A는 어느 날 절대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쳐서 도둑질을 했다. A는 알면서 아는 대로 실천하지 못했다고 할 것인가, 자신이 아는 대로 실천했다고 할 것인가? A가 반성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정답은 “A는 자신이 아는 대로 실천했다. 다만 A는 잘못된 삶의 지혜를 가진 것이다. A가 반성해야 할 점은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훔쳐도 된다’는 생각이다.”라는 것인데, 이 정답을 학생들의 머리에 심어주기까지 적어도 서너 차례의 체벌을 해야만 했다.

  학생들은 도둑질은 나쁜 것이라는 규범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도둑질해서 잡혔으므로 벌을 받는 것에 대해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나쁜 짓을 왜 했는지에 대해서는 반성이 없다. 오히려 그 부모들과 함께 따져 묻는다. “선생님은 어렸을 때, 남의 물건 손 댄 적이 한 번도 없었나요? 아직 어리니까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실수한 것인데 허벅지에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체벌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학생들은 이렇게 묻는다. “들키지 않을 자신 있으면 훔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자,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께 다시 묻는다. 이 학생들의 잘못은 잘못인 줄 알면서도 범한 잘못인가, 모르고 저지른 잘못인가?


  알면서 저질렀든 모르고 저질렀든 모든 잘못은 용서받을 수 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기만 한다면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무지는 모든 악의 씨앗이므로 무엇을 모르고 있었는지 무지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무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제 “모르고 그랬어요. 한번만 봐주세요.”라고 말하지 말자. 먼저 왜 잘못인지, 잘못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교육과 상담을 받고 나서 “난 알아요. 이제는 다시 그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하자. 그리고 죄책감 가운데 벌에 대한 두려움에만 사로잡혀 도망가지 말고 책임을 지고자 하는 자세를 보이도록 하자. 최선을 다해 내가 입힌 피해에 대해 보상하면서 “다시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하자.

  위에 예를 든 학생들은 어떤 것을 모르고 있는가?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