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이버 교실/05 진정한 용서

머리말 : 용서란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해 주는 것일까?

DoDuck 2008. 1. 10. 01:21

  “용서 : 잘못이나 죄를 꾸짖거나 벌하지 않고 덮어 줌.”

  DAUM의 국어사전에서 옮긴 낱말풀이다. 많은 사람들이 용서라는 말을 이런 뜻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국어사전의 풀이에까지 이렇게 적혀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지극히 부족한 설명이다. 특히 “덮어”라는 표현은 같은 사전에서 “덮다 : 1.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뚜껑 따위를) 씌우거나 위에 얹어 놓아 가리다. 2. (보호하기 위하여 위를) 가리다. 3. 펼친 책을 다시 닫다. 4. 일정한 구역을 무엇이 빈 데 없이 꽉 채우다. 5. (어떤 행위를) 묵인하거나 감추다.”라고 설명하고 있는 바, 이 가운데 1,2,5의 뜻으로 사용한 말일진대, 진정한 의미의 용서와 거리가 먼 설명이다.


  잘못을 저질러 본 일이 있는가? 누군가에게 용서를 빌어 본 일이 있는가? 용서를 빌 때 진정 당신이 바라던 것은 무엇인가?

  누군가의 잘못을 목격한 적이 있는가? 누군가를 용서해 본 적이 있는가? 용서를 한다는 것은 어떻게 해주는 것을 뜻하는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다양하겠지만 아마 랭킹 1위의 반응은 숨는 것, 감추는 것, 한 마디로 시치미 떼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성경에도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이브가 하나님의 금지명령을 어긴 후 먼저 한 일이 하나님으로부터 숨는 것이었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렇게 숨고 싶은 충동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대체로 세 가지 종류의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첫째는 벌에 대한 두려움이요, 둘째는 죄인이라는 자각에서 기인하는 부끄러움이요, 셋째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어떤 피해에 대한 책임감이다. 이 세 가지 마음의 종합을 죄책감이라고 할 수 있다. 감추고 숨고 싶은 충동은 바로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일으키는 것이다.

  용서를 ‘꾸짖거나 벌하지 않고 덮어줌’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인 잘못(죄)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고 죄인의 충동만을 충족시켜주는 것을 용서라고 오해하게 한다.

  덮어 주는 것이라고? 가려주는 것이라고? 가려진 죄가 없어지나? 덮어 주면 저질러진 일이 없었던 일로 되는 것인가?

  이것은 마치 가시가 살에 박혔는데, 가시를 뽑아주는 것이 아니라 가시 때문에 통증을 느끼지 말라고 마취제만 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진정한 용서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용서란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해 주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