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이버 교실/03 희생과 양보의 원리

수혜자의 도리 ② (희생을 강요하지 마라 - 희생양 선거가 아닙니다)

DoDuck 2007. 11. 25. 21:15
 

  이야기의 순서를 ‘양보(희생)하는 사람의 자세’와 짝을 이룰 수 있는 순서로 정하여 생각해나가기로 하자.


  양보(희생)하는 사람의 자세의 첫 번째는 ‘미련을 버리고 자발적으로’였다. 여기에 대응하는 수혜자의 첫 번째 자세는 ‘희생자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마라’ 것이다.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약육강식(弱肉强食)하는 짐승들과 다름없는 태도다.

  강요가 아니면 어떤 방법으로 양보(희생)해야 할 사람들의 양보와 희생을 이끌어 낼 수 있단 말인가? 희생양 결정 원리에서 나는 “서로의 차이를 발견해내고 그 가운데 의미 있는 차이가 무엇인지 합의하라”고 말한 바 있다. 이것은 대화와 토론을 강조하는 것이다.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하려고 하는 일은 무엇인가? 희생양 결정 원칙 - “어떤 조건의 사람이 양보(희생)하는 것이 옳은가”에 답하는 것이다. “누구를 희생시킬 것인가? - 희생자 선거”가 아니다. 이 차이를 주의하기 바란다. 대화의 목적은 희생자 선거가 아닌 이러저러한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이 희생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원칙을 합의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화와 토론의 과정에서 각자가 어떤 조건을 가지고 있는지를 철저히 잊어야 한다. 먼저 원칙을 정하고 다음에 그에 해당하는 조건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러한 대화와 토론이 진행되려면 ‘누군가 양보(희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빠져버린 다음이 아니라, 그 이전에 - ‘만일 이러저러한 상황에 빠져서 누군가 양보(희생)해야만 한다면’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결정원칙을 찾는 것이 아니라, 미리 우리가 닥칠 불행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럴 때 어찌하면 좋을지 준비해두라는 말이다.

  특히 한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연인들에게 나는 이러한 준비를 철저히 해 두라고 충고하고 싶다. 심리테스트 [무인도시리즈]를 개발하여 질문을 던지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두 사람의 사랑의 크기나 강도가 결혼할 만큼 충분한가를 묻는 게 아니라, 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면서 겪게 될 수 있는 갖가지 불행한 상황을 헤쳐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묻고자 하는 것이다.

  희생양 결정원칙을 찾는 토론은 지루하고 답답한 일이 되기 쉽다. 우리들의 견강부회(牽强附會)하는 논리들까지 하나하나 검토해나가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친 사람들은 원칙에 관한 토론에서 희생자를 선출하는 방향으로 방향전환을 꾀하는 경우가 있다. 다수결로 희생양을 결정하는 것은 옳은 일인가? 나는 그것을 연약한 인간들이 맘모스를 사냥할 때처럼 다수의 힘으로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약육강식의 논리라고 생각한다.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래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지리한 토론과정을 참고 견디고, 합의된 조건을 갖춘 이가 스스로 희생의 길을 나설 때까지 오래 참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