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기준으로 희생양을 결정한다면 누가 누구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도 착각이 많은 편이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는 속담을 통하여 우리는 나이가 적은 사람이 많은 사람에게 양보하는 게 옳은 것처럼 교육받아 왔다. 그러나 나이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핵심은 '앞으로 살 날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가'의 차이라고 할 것이다. 이때 이 차이가 양보와 희생을 어떻게 결정할 수 있는가?
우스개 중에 “너는 앞으로 먹어볼 날이 많으니 이건 내가 먹자.”는 부모와 “부모님은 많이 먹어보았으니 이건 제가 먹어야지요.”라는 자녀의 대화가 있는데, 이 두 가지가 모두 타당한 이야기일 것이다. 문제는 그 먹을 것이 어떤 성격의 것인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보편적으로 나이를 기준으로 양보와 희생이 이루어진다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 양보하고 희생해야 마땅하다. 그것은 교육적인 의미에서도 본보기(모델링)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타당한 것이며, 희생이라는 표현이 가능한 중대한 문제를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효를 위해 아이를 포기하고 노모에게 흰죽을 봉양했다는 옛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효도라고 하는 이데올로기에 편집증을 보여주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이다. 손자와 할머니가 죽 한 그릇을 놓고 양보할 사람을 정한다면 당연히 할머니가 양보해야 할 것이다. 이야기의 결말이 다행히도 아이를 죽이는 대신 그들의 효성에 감동한 하늘이 귀한 보물을 주어 모두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끝나지만, 만일 이 효도에 미친 부부의 생각대로 아이를 죽였다면 손자의 목숨과 바꿔 자신이 연명했다는 것을 그 노모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부부가 아이의 죽음을 감춘다고 속일 수 있는 일인가?
나이가 적은 자의 양보는 기본적으로 존경의 표현이며 존경의 표현으로 이루어지는 양보가 희생으로까지 발전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찬물을 나이 많은 분이 먼저 드시도록 하는 것은 그분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다. 그러나 사막에서 마지막 물 한 모금을 두고 이런 이야기가 가능한가?
무릇 존경받을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먼저 자신을 희생하고 양보해야 하는 법이다. 이것이 역전된 사회는 모범을 잃은 사회가 되어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으로 치닫는 짐승들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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