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이버 교실/03 희생과 양보의 원리

희생양 결정의 원리 ⑥ (운명에 맡겨라)

DoDuck 2007. 11. 20. 14:01
   누군가 양보를 또는 희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희생양을 결정하는 기준으로서 사회적 관습과 보편적인 이성에 의해서 나이, 성별, 빈부, 강약, 선착순, 필요, 남은 수명, 미래에 대한 공헌도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어느 기준을 우선 적용해야 하는지도 어려운 문제이고, 이러한 기준에 따라 그 차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려 할 때 그 차이가 미미한 것일 때도 있다.

  이렇게 여전히 누가 양보해야 하는지, 누가 희생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 마지막 남은 방법은 운명에 맡기는 것이다.

  이 방법은 우리가 자주 써 온 방법이다. 특히 어리면 어릴수록 경험과 지혜가 부족하므로 '의미 있는 차이'를 합의하기 위한 토론의 어려움을 피하여 이 방법을 사용하기 쉽다.

 

  운명에 맡긴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가위바위보나 제비뽑기, 동전던지기, 사다리타기 등을 통하여 결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방법의 핵심은 “승패의 확률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게임”을 통하여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주의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승패의 확률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게임이어야 하는데 사람들 중에는 이 확률을 조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눈속임에 능한 사람들은 동전던지기를 할 때 동전을 조작하기도 하고,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게임을 변형하여 순간적인 판단능력의 차이에 따라 승패가 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게임을 통해 희생양을 결정하게 될 경우, 그 승패가 어떤 특수한 능력의 차이에 의해 결정되는지, 그야말로 운명에 의해서 결정되는지를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확률이야기를 하면 도박이 쉽게 떠오르는데, 도박이란 모두가 똑같은 판돈을 낸 후에 운명의 장난으로 선택된 몇 사람에게 그 판돈을 몰아주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박을 하면 패가망신하는 길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데, 왜 그런가? 그것은 우선 도박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판돈의 일부를 늘 자기 몫으로 가져가는데 그 비율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정부가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복권사업의 경우 판돈의 50%만 나눠먹기를 한다.) 둘째, 이에 그치지 않고 도박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승률을 조작하기도 한다. 판돈의 일부를 세금으로 거둘 뿐만 아니라 승률자체를 조작하여 5:5의 확률이 아니라 7:1, 8:1, 9:1이 되게 조작하여 일확천금을 꿈꾸는 자들을 울리는 곳이 도박장이다.

 

  희생자의 결정을 운명에 맡길 때, 또 하나 주의를 주고 싶은 것은 결정방식이나 그 결과에 순종하라는 것이다. “이 중차대한 문제를 어떻게 동전던지기 한 판으로 결정할 수 있느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결정방식이 정해지기 전에 이루어져야 할 문제제기다. 일단 결정방식이 정해지면 그에 순종하는 것만 남는 것이다.

  성경에선 때때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판단을 했던 사례들을 보여주는데, “우림과 둠밈”이 바로 그것이다.

 

  무릇 희생자는 결과에 순종하고 미련을 버려야 하는 법이다. 이제 자연스럽게 희생자가 보여주어야 할 태도로 넘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