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이버 교실/03 희생과 양보의 원리

희생자가 보여주어야 할 태도 ② (일사부재리)

DoDuck 2007. 11. 20. 14:12

  미련이 깊어지면 사람들은 두 가지 행동을 보여준다. 첫째는 희생자를 결정하는 기준이나 결정방법을 바꿔보자고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희생양을 다시 결정하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희생의 대가(代價)를 요구하는 것이다.


  [희생양을 결정하는 원리]에서 얘기했듯이 희생양을 결정하는 과정은 매우 힘들고 난처한 것이었다. 겨우겨우 결정했는데 다시 결정하자고 한다면 나머지 수혜자들은 어떻게 반응을 보일까? 당연히 거절할 것이다. 희생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를 가위바위보 한 판으로 결정할 수 있느냐”고 말하고 싶겠지만, “한판 승부가 아니라 적어도 삼세판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고 싶겠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선 이미 내려진 결정을 뒤엎으려는 불순한 의도로밖에 비쳐지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까닭에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희생자의 입장에선 결정기준이나 결정방법을 재고하자는 요구를 거부하는 상대방에 대해서 원망이 생기게 된다. 나아가 상대방이 자신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착각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우리들 가운데 어느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누구인가? 그것은 우리가 처한 상황이지 우리 가운데 어느 누가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누구도 양보할 필요가 없는 상황, 누구도 희생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도록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함께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상대방을 원망하는 것은 희생자의 미련이 만들어내는 비극인 것이다.

  길을 가다가 황금을 주은 형제가 “형이 없었으면 나 혼자 차지할 수 있었을 텐데…”, “동생이 없었으면 나 혼자 차지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상상을 하다가,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황금을 강물에 던졌다는 옛날얘기처럼 미련을 버리고 차라리 상황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만 아무리 우리가 노력하더라도 누군가의 희생과 양보가 요구되는 상황은 항상 발생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희생자가 가져야 할 첫 번째 자세는 미련을 버리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