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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생명을 살리는 소리들은 작은 법!-- 고진하 목사님이 들려주신 말씀(150211 수요성서연구)

DoDuck 2015. 2. 13. 14:24

작가로 더 잘 알려진 고진하 목사님이 교회를 방문하셨습니다.

1977,78년 쯤 학생 시절에도 우리교회에 오신 적이 있었다지요.

예전에 한번 오셔서 말씀을 전해주셨던 심상영목사님과 함께 우리 김춘섭 목사님과 세 분이 절친이시랍니다.

이번에 김영사에서 [야생초 레시피]란 책을 펴내시는데, 그 출판기념회를 위해 강원도 원주 시골에서 올라오시는 길에 세분이 모처럼 함께 뭉치셨나 봅니다.

김춘섭 목사님은 예정에 없었지만, 기회를 살려 고목사님을 강단에 세우시고 대신 말씀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사전에 잘 준비하고 계획된 일이 아니라는 것은, 함께 읽은 성경본문이 열왕기상 19:19~21이었는데, 고목사님이 말씀을 시작하시면서 다시 19:9~12 말씀을 읽어야 했던 데서 잘 드러나더군요.

어쨌든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고 조근조근 당신의 일상생활을 얘기하면서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전해주시는데, 처음부터 이건 그냥 듣고만 있을 말씀이 아니라는 생각에, 부지런히 속기록 작성하듯 들려주시는 얘기를 적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래의 이야기는 '고목사님이 들려주신 말씀'을 나의 어투로 다시 각색해 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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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 낡은 한옥을 하나 사서 수리해서 살고 있는데, 요즘 아궁이를 수리하고 불을 때서 지지고 사는 재미에 빠져 있답니다. 

한 번은 불을 때고 있는데, 아내가 안채 부엌에서 건너오면서 신기한 소리 좀 들어보라며 쌀 씻는 바가지를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쌀을 씻어 담아 불리는 바가지를 주면서 '쌀 붇는 소리'를 들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도 나도 처음으로 쌀이 불어가며 지글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소리를 들어보신 일이 있습니까? 조용히 귀를 기울여도 잘 들리지 않는 세미한 소리지요.

문득 "이 들릴 듯 말 듯 세미한 소리가 생명을 살리는 소리로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대부분의 큰소리들은 사람을 죽이는 소리들이지요. 

방송에서 전하는 IS 인질 살해 소식은 얼마나 우리 가슴을 크게 울리며 들리던가요? 청문회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우리를 병들게 하는 소리들로서 아예 귀를 닫고 싶어집니다.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겠습니다. 이제 봄이 오는데 나무에 물이 오르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아내가 처음으로 임신했을 때, 아기의 태동을 느껴보라고 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아기의 심장 뛰는 소리처럼 주의하여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그 작은 소리에 영적으로 민감해질 때, 우리의 삶도 따라서 풍성하게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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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사님은 계속해서 두 가지 얘기를 더 해주셨습니다.

하나는 아궁이 앞에서 생긴 깨달음에 대한 것으로 아궁이 앞에서 얻은 두 번째 깨달음이랍니다. 아궁이를 만들고 거기에 불을 지피다가 '이게 첫 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엊그제도 불을 지폈지만 오늘은 이게 처음 붙여 넣은 불이지" 생각하면서, 시상이 떠올랐답니다. "그래 모든 불이 다 첫 불이지. 누가 그곳에서 몸을 지지든지, 그곳에서 맞는 모든 날이 다 첫 날이지. 첫날밤이지." 매일 태초의 첫날처럼, 신혼처럼 지내고 있다고 고백하시는 목사님이 부러웠습니다.

또 하나는 이제 막 출판기념회를 열게 된 [야생초 레시피]라는 책과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시골살이의 재미 중 하나는 잡초를 뜯어먹고 사는 것으로, 먹을 수 있는 잡초들이 매우 많다네요. 꽃다지, 광대나물, 제비꽃, 토끼풀, 민들레, 소루쟁이, 모시물퉁이(?), 질경이... 봄에서 가을까지 잡초를뜯어먹는 재미에 빠져 있다가 겨울이 오면 말려서 차를 끓여 마시며 봄을 학수고대하게 된답니다. 

사람들은 봄철 새순돋을 때나 먹는 거지 여름풀을 어떻게 먹냐고 하지만, 한번 잎을 뜯긴 후에도 새로 돋는 쑥, 예초기로 베어낸 후에도 질기게 다시 살아  새순을 내미는 개망초들로 가을까지 내내 풀을 먹을 수 있답니다. 그렇게 먹으면 피가 맑아지고 몸과 정신이 맑아진다고요. 

그런 말씀 가운데 귀에 쏙 들어오는 말씀이 들어 있었습니다. 

도처에 흔한 잡초를 뜯어먹다 보니 흔한 것이 귀한 것이라는 깨달음이 생기더라는 말씀이었지요. 

햇빛이나 공기, 물처럼 흔해 빠진 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요? 사람들은 금은보화처럼 흔치 않은 것을 귀히 여기지만, 그것이 불행의 시작 아닙니까? 우리의 영혼이 병들어 가는 시작이  바로 그것이지요. 

고목사님은 '구하라 그리하면 주실 것이요....'에 이어지는 말씀으로서 "너희가 구할 것은 OO이다"라는 문장을 제시하면서, 주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구하라고 하셨는지 물어보셨습니다. '그의 나라와 그의 의'라는 대답도 있었고, '충성'이란 대답도 있었는데, 고목사님은 성경공부를 더해야겠다고 하시면서 '성령'이 정답이라고 했지요. 집에 와서 성경을 찾아보니 마태복음에선 '그의 나라와 그의 의'가 분명히 맞는 것같고, 누가복음에선 11장 13절 "너희가 악할지라도 좋은 것을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 하시니라"는 말씀을 통해서 성령을 정답으로 삼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고목사님은 성령을 정답으로 삼으셨는데, 성령도 흔한 것이라고 강조하시면서, 그 흔한 것을 구하는 삶이 풍성한 삶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말씀을 듣는 중에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 [된사람과 난사람]이란 제목으로 하던 수업이 생각났습니다. 그 수업내용이 출세와 성공은 누구나 노력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99:1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하는 것인데, 사람이 된다는 것은 누구든 깨닫고 실천하기만 하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었지요. "흔한 것이 귀한 것"이라는 얘기와 일맥상통하지 않나요?

다투는 곳에선 목소리가 커지고 화해의 자리에선 목소리가 잦아들고 끝내 없어지는 법,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흔한 것을 구하는 삶을 통해서 더욱 풍성한 삶을 살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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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질문이 생겼는데요, 서울사람들이 다 잡초 뜯어먹으러 시골로 내려가면, 시골에 풀이 남아 나겠습니까? 바로 사막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출처 : 평화를 만드는 교회
글쓴이 : DoDuck강형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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