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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묵상]140920「싸움의 이유」

DoDuck 2014. 9. 20. 10:37

[날마다 묵상]140920「싸움의 이유


(롬 9:3)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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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마 10:37)다고 말씀하셨던 주님.

주님은 바울 사도의 이 고백을 어떻게 생각하셨을까요?

"너, 반항하니?"라고 하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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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묵상("피해서는 안되는싸움(눅 12:51~53))에 이어 싸움에 더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부모·형제·자식과의 다툼이 생기는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어떤 짐승만도 못한 자들은 보험금을 위해 골육을 죽이기도 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골육간에 쟁송이 벌어지는 일은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5리를 가자 하면 10리를 가 주라"고 하신 분이니, 주님께서 말씀하신 분쟁은 좀 더 다른 것일 겝니다.


교회를 다니지 말라고 채찍을 드셨던 나의 부모님은 내가 대학에 들어가자 이제는 데모하는 데 끼지말라고 신신당부 하셨습니다.

1979년 10월 박정희가 죽고 1980년 전두환이 등장하기까지 이른바 서울의 봄이라 불리던 시절.

고향에 내려가니 어머님 하시는 말씀이 "쯧쯧, 저 지지리도 못난 것. 데모도 한 번 못해 보고…"

귀가 번쩍했습니다.

"엄니, 전에는 데모하는 데는 근처도 가지 말라시더니?"

어머님 하시는 말씀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얘, 남들 다하는 데몬데, 이 때도 못하면 등신이지. 그런데 데모할 때는 제일 앞에도 안 되고, 맨 뒤도 안 된다. 또 한 가운데도 안 돼. 데모할 때는 1/4선이나 3/4선이 제일 좋은 자리여."

빨치산 토벌작전에서 훈장까지 받으셨던 아버님였던지라, 어머님은 데모진압작전을 이미 알고 계셨던 겁니다.

갈라치고 또 갈라쳐서 진압해 나가는 데모 진압 방식에 의하면 가장 위험한 자리가 어딘지 아시겠지요?

그리고 다시 맞이한 휴교령. 전두환이 등장하여 전국적으로 비상계엄이 확대되고, 광주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피를 흘렸던 그 때. 휴교령에 따라 다시 내려간 고향에서 어머님의 신신당부는 다시 "데모하는 데는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싸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울의 고백은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그런 골육들에게도 그 사랑 안에 거하도록 하는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것이었을 겁니다.


이미 잃은 골육인데, 적당한 보상으로 슬픔을 달래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이웃들이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참극이 되풀이 되지 않는 세상에 거할 수 있도록,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는 세월호 가족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