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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묵상]140918 「죄없는 자가 돌로 쳐라」

DoDuck 2014. 9. 18. 06:08

[날마다 묵상]140918  「죄없는 자가 돌로 쳐라」

  

(요 8:7)

그들이 묻기를 마지 아니하는지라 이에 일어나 이르시되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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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젊은 청년으로 활약하시던 그 시절,

사람들이 순수했던 것일까요, 주님의 권위가 그만큼 압도적이었던 것일까요?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끌고와 예수님을 시험하려던 사람들, 예수님을 잡아죽일 구실을 찾던 사람들조차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씀에 모두 말없이 자리를 떠납니다.

그것도 먼저 나이가 많은 사람부터 한 사람 한 사람 돌아서지요.

이 장면을 눈에 그리면 얼마나 큰 감동이 오는지, 저 또한 회개의 대열 맨 끝에 서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 이 시대는 어떠한가요?

나의 결백함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며 돌을 던지는 사람들!

예수님의 말씀을 콧등으로 듣는 사람들이 돌을 던지고 있습니다.

심판자의 위치에서 죄인의 위치로 내려오라는 예수님의 요구를 거부하고

끝까지 심판자의 입장에 서겠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반전이 있지요.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감추고 싶어하던 죄가 드러날 때, 바로 이 말씀을 들고 나옵니다.

죄인의 위치에서 예수님의 대역으로 자신의 좌표를 바꿔치기 하는 것이지요.

그들은 회개의 자리로 돌아가거나 조용히 심판을 기다려야 하는 자리에 서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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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문제는 죄인에게는 '죄책감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의 문제이고

목격자나 심판자에게는 '죄의 댓가를 어떻게 치르게 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들의 관심사는 그런 것이지요. 

그런데 그 죄로 인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무엇이 가장 큰 관심사이겠습니까?


세월호 참사에 있어서 죄인된 사람들은 죄책감으로부터 어떻게 달아나려 하고 있습니까?

세월호 참사에 있어서 심판자의 자리에 설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당근!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지도 않은 형편에 죄인이나 심판자를 운운할 수가 없겠지요?

그러나 너무나도 명백한 피해자들! 

바로 그분들의 입장에선 무엇이 가장 큰 관심사이겠습니까?

피해의 회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맘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돈으로 피해가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문제를 깊이 천착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은 맘몬의 지배로부터 해방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돈으로 잃어버린 가족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이지요.

바닷물을 다 마셔서라도 구해낼 수만 있다면! 한숨 쉬는 분들.

이 분들은 잃어버린 가족의 삶의 의미가 거룩한 희생이 되는 것으로 만족하려는 분들입니다.

그것은 이 죽음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드는 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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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들려온 세월호 유가족대표들의 대리기사 폭행 소식에 내내 우울했습니다.

당신들을 위로하기 위해 함께 술을 마셨던 국회의원의 증언에는, 피해자인 대리기사의 행태가 의심스럽고 목격자로 등장하는 '지나가던 행인'들의 행태가 의심스럽다지만, 어쨌든 설령 '의도된 도발'이요 '치밀한 준비를 하고 기회를 엿보던 사람들의 연출'이라 할지라도, 거룩한 싸움에 대표로 앞장 선 분들이기에 당신들의 실수에 우울해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스러웠던 것은 당신들은 바로 회개의 자리로 돌아가거나 조용히 심판을 기다려야 하는 자리에 섰다는 것입니다. 여지껏 가족을 잃은 단장의 아픔속에서도 온갖 조롱과 멸시까지 견뎌내며 거룩한 싸움의 십자가를 짊어져야 했던 당신들의 수고를 생각하면 그 정도 실수는 실수도 아닌 축에 끼겠지만, 그래도 그 실수를 인정하고 미리 회개의 자리, 심판을 기다리는 자리에 가 계시니……. 여전히 특별법을 뭉개고 앉아 "우리 중엔 죄인이 아무도 없어"라고 말하는 이들과 비교하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제가 당신들을 향해 돌멩이를 치켜든 무리들에게, 당신들을 위하여 조용히 들려주고 싶은 말씀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이것입니다.

여러분과 같은 피해자의 입장에 서 있고 싶었는데, 오늘은 감히 주님의 입장에 서서 말하게 된 것이 못내 유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