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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완목사님 조문(경향신문/ 김정남)

DoDuck 2007. 9. 16. 13:04
“당신은 민주화운동의 선구자입니다” 故 김동완목사 영전에…
입력: 2007년 09월 14일 02: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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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홍성우 변호사가 전화로 밑도 끝도 없이 “김동완 목사 얘기 들었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홍변호사는 상문(喪門)을 같이 가자는 취지의 말씀을 하기 위하여 이렇게 서두를 꺼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차라리 듣지 않았음만 못한 얘기를 듣고야 말았습니다.

김동완 목사가 돌아가셨다니, 어떻게 세상에 이런 일이 지금 일어날 수 있단 말입니까? 항상 밝고 맑고, 분명했던 당신을 놓고 어느 누가 감히 죽음이란 것을 연상할 수 있었겠습니까.

민주화 30여년의 긴 역정에 비추어 볼 때 저와 당신과의 만남은 매우 늦은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개신교 민주화운동의 기수이자 전설이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북한 선교의 길을 연 것도 당신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살아 생전에 전태일을 만나 함께 고뇌를 나누었던 것도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은 아무도 간 적이 없는 눈밭에 길을 내면서 간 선구자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한번도 자신을 내세운 적이 없었습니다.

당신을 알고나서도 우리들의 만남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드문드문 만남을 통해서도 저는 당신을 통하여 많은 것을 깨우치고 또 배웠습니다. 세상의 일이 아무리 힘들고 벅차도 당신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쁘게 받아서 가볍게 처리했습니다. 또한 당신은 호오(好惡)와 시비(是非)가 분명했습니다. 좋은 것을 좋다고 하고, 싫은 것을 싫다고 했고, 옳은 것은 옳다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신처럼 명쾌한 사람을 일찍이 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당신은 멋쟁이였습니다. 당신이 주빈이 되어 치렀던, 어쩌면 마지막 행사가 김남식 목사와의 대담을 책으로 묶어 그 출판기념회를 가진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게는 그때 두분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길을 걸었던 사람도 끌어안을 수 있고, 그를 치켜세울 수 있는 그런 멋을 당신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혼자 훌훌히 배낭여행을 떠난 그 기분을 저는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목사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오늘날의 기분이 그런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그 여행길이 마지막 길이 되다니요?

당신이 남기신 여운과 그 업적이 우리에게 너무도 진하게 남아있기에 우리들의 슬픔이 더 큽니다. 오늘의 조국현상을 놓고 떠나는 당신의 발길도 결코 편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아무쪼록 당신이 사랑했던 이 나라 이 공동체와 교회도 그 가야 할 길 올바로 가도록 인도해 주소서. 그리고 그 고통과 불화 없는 세상에서 이제는 평화를 누리소서.

〈김정남(전 대통령 교육문화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