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또는 일기, 편지/오늘의 묵상

[스크랩] 당신의 형상을 닮은 존재

DoDuck 2016. 4. 22. 21:16

* 2016.04.19. 새벽기도

 

찬송 : 68장 오 하나님 우리의 창조주시니

 

기도 : 사람을 지으시고 그 입술에서 찬양듣기를 원하셨던 하나님, 이 새벽 주님 전에 나아와 찬송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을 긍휼히 여기소서.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을 묵상할 때에 귀한 깨우침 얻게 해주시고,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 겪는 여러 가지 괴로움들을 살펴 헤아려 주사, 넉넉히 이길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말씀 : 창세기 126-28

           26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27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28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묵상 :     모처럼 여러분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은 여행중에 계시고, 또 이장로님도 오늘부터 34일 중국엘 다녀오십니다. 두 분 모두 여행길에서 귀한 경험들 하시고 풍성한 간증거리를 안고 돌아오시기를 기도합니다.

               항상 막 배우는 아이들처럼 질문하는 데만 익숙한 사람인 제가 어쩌다 중한 직분을 받아, 신앙의 연륜이 훨씬 깊은 여러분 앞에 서는 일이 잦다 보니, 괴로움이 많습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목사님이 여행을 떠나실 때 이미 순번을 정하여 오늘부터 금요일 아침까지 제가 새벽기도를 인도하기로 되어 있는 건 알겠는데, 일주일이 넘도록 기도하며 고민해도 특별한 계시는 없었습니다. 그저 몇 가지 새롭게 깨달은 말씀들이 생기긴 했는데, 어떻게 엮어서 얘기해야 할지 자신이 없네요. 부디 제 이야기를 저의 신앙고백 정도로 들으시고, 제 이야기가 여러분이 묵상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원합니다.

 

               오늘의 말씀은 성경의 첫머리, 창세기의 창조이야기에 대한 얘기입니다.

               이미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 아시고 이 창조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들려주시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목사님의 강해도 여러 차례 들은 바 있습니다만, 어쨌든 제 신앙고백도 여기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창세기 첫머리에 나오는 이 신화 같은 이야기가 사실일까? 옛날 처음 성경을 읽어가던 때에, 저는 교회에서 상처를 받고, 성경말씀을 문자적으로만 믿고 정작 사람들에게는 상처만 주는 사람들을 조롱하고픈 마음으로, 성경 이야기 가운데 모순되는 이야기, 엉터리 같은 이야기를 찾는다고 읽어나갔습니다. 당연히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이야기가 어떤 의미가 있는 말씀인지 몰랐었죠.

               질문이 잘못되면 잘못된 결론에 이르기 마련입니다. 처음 성경을 읽던 때에는 제 질문이 잘못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신앙인은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이 말씀하시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냐를 물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그 분과 나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그분이 내게 원하시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갖고 성경을 읽으며, 그 말씀을 묵상하며 답을 찾아야 합니다.

 

               어렸을 때, 교회 다니는 걸 무척이나 핍박했던 부모님은 내가 예수를 믿어 집안에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말씀하실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유교식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분들이었는데, 어머님은 용화불사라는 절에 불공을 드리고, 누군가 용하다는 점쟁이가 있으면 자식들의 앞길을 묻고 그러기도 했었지요. 조상 중에 누군가 한을 품고 있으니 치성을 드려 그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며칠을 산에서 기도하기도 했었습니다. 가끔은 쓸모 있을 것 같은 중고가구들을 가져왔다가 동티가 났다고 액막이굿을 하기도 했지요. 저는 무슨 신이 쩨쩨하게 자손들에게 치성 안 드린다고 앞날을 막고, 건강을 상하게 하는 지, 교회에는 무조건 너희를 사랑한다는 신이 있는데, 왜 그런 신을 모시고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오늘 창조의 말씀은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어떤 존재로 만드셨는지 얘기합니다.

               성경의 창조이야기는 성경이 써진 때보다 훨씬 전에 중동 지역에 널리 퍼져 있던 창조설화와 비슷한 데가 많답니다. 어떤 이들은 히브리인들인 바벨론 지역의 창조설화를 베껴다가 창세기를 지어낸 것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주목할 만한 차이가 있답니다. 성경의 창조이야기와 바벨론의 창조설화는 똑같이 사람을 흙으로 빚어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창조의 목적이 다르지요. 바벨론의 창조설화들에서는 신들이 편히 쉬기 위해 노예로 만들어낸 것이 사람이었답니다. 신들의 지겨운 노동을 대신하는 노예. 그 시대, 신과 같은 지위를 누린 왕을 정점으로 피라미드 신분제도 속에서, 너희들은 신()을 위한 노예로 태어난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이 바벨론의 창조설화였던 셈입니다.

               그런데 성경의 하나님은 사람을 노예로 부리기 위해 만드신 게 아닙니다. 당신의 형상을 따라 지으셨고, 당신의 창조세계를 관리하도록 지으셨습니다. 창조세계를 관리하는 일이 귀찮아서 우리에게 맡기고 노예처럼 부려먹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당신의 말씀을 거역할 수도 있는 자유로운 존재로 우리를 지으셨고, 우리가 자유의지로 당신의 명령을 따를 것을 기대하셨습니다. 당신과의 관계가 부모님과 그 자녀들 같은 관계가 되기를 원하셨던 것이지요.

               성경은 우리에게 우리가 자유로운 존재, 누구나 하나님의 자녀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의 형상을 닮은 존재, 왕 한 사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당신을 닮은 거룩한(거룩해져야 할) 존재라고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당시의 사회체제를 생각해볼 때 이것은 매우 획기적인 가르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독교가 얼마나 혁신적인 종교인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성경은 곳곳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불평등한 사회구조 속에서 상류지배계급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그 지배를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하나님의 자녀로서 귀한 존재임을 가르치는 종교입니다. 세계의 모든 종교다운 종교는 이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만일 누군가 차별과 억압을 정당화하는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은 모두 사이비 종교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사이비 종교로 빠져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주인과 노예의 관계처럼 얘기하는 종교권력자들의 가르침에 맞서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시고 당신의 제자들에게도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도록 가르치셨습니다.

               이 아침에 저는 하나님이 우리를 지으신 목적이 무엇인지 묵상하기를 원합니다. 우리를 자녀 삼으신 하나님의 놀라우신 사랑의 이야기를 믿는다면, 세상의 모든 차별과 억압을 합리화하려는 사고방식에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잠시 침묵하며 하나님의 창조이야기를 묵상한 뒤에 주님 가르쳐주신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주기도문을 암송하고 나서는 각자 기도를 드리고 돌아가시되, 교회와 이 사회와 세계평화를 위한 기도도 빠트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1분정도만 침묵하겠습니다.


출처 : 사람의 등급
글쓴이 : 도덕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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