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또는 일기, 편지/나의 신앙고백

잠자는 하늘님이여(140810주일 공동예배 대표기도)

DoDuck 2014. 8. 10. 18:42

  “우리들에게 응답하소서. 혀 짤린 하나님. 우리 기도 들으소서. 귀먹은 하나님. 얼굴을 돌리시는 화상당한 하나님. 그래도 내게는 하나뿐인 민중의 아버지.”라고 노래했던, “하나님 당신은 죽어버렸나. 어두운 골목에서 울고 있을까. 쓰레기 더미에 묻혀 버렸나. 가엾은 하나님.”이라고 노래했던 80년대 거리의 찬양 “민중의 아버지”를 되새기게 되는 세월입니다.
  90년대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 애절하게 호소하던 대중가요가 다시 생각나는 세월입니다.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는다고 하신 하나님 아버지. 지금 이 나라의 상황을 보고 계십니까?
  도처에서 들려오는 비인간적인 죽음의 소식을 들으며, 우리 안의 악마를 발견하며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평범했던 사람들이 비인간적인 죽음을 불러온 주인공들이었음을, 지금까지 살아오던 익숙한 관행들이 사람들을 비인간적으로 죽어가게 한 주범이었음을, 그 끔찍한 모습들을 차마 볼 수 없다고 진상규명을 외면하고 도망친 우리들의 방관이 또한 이러한 악행이 지속되도록 만든 공범이었음을 깨달으며 회개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우리가 악마의 도구가 도지 않도록 지켜주옵소서. 우리가 사탄의 길에서 떠나 주님의 길을 따를 수 있도록 인도하옵소서.

 

  하오나 주님, 주님의 길은 어떤 길입니까? 주님의 길을 따르려 걸음마를 뗄 때마다 우리는 외롭고 두렵습니다. 조금 가다가는 방향치가 되어 제자리 걸음만 반복할 때도 많습니다.

  좁은 길을 가라고 가르쳐 주신 주님, 그 좁은 길이 어떤 길인지 다시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주님 몸소 본을 보여주셨지만,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던 주님의 절대적인 고독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저절로 나옵니다. 주님께서 견뎌내신 그 외로움이 두렵습니다. 저희들을 외롭게 버려두지 마옵소서.
  다수결로 모든 걸 결정하려 하는 세상에서 언제나 양심적인 세력과 비양심적인 세력의 비율은 기껏해야 35:65, 심하면 1:10, 1:100, 1:1000.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배반과 모략의 역사 속에서 주님 가신 길을 따르는 이들은 언제나 외롭습니다. 주님, 함께하여 주시옵소서.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믿음을 주옵소서.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고 말씀하신 주님, 우리는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분노로 치를 떨고 있습니다. 주님을 십자가에 매달았던 로마 군인들처럼 손에 손에 망치와 못을 들고, 우리의 죽음을 확인하려는 긴 창을 들고, 십자가의 길 끝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눈에 띌 때마다, 바벨론을 향해 “네 어린 것들을 반석에 메어치는 자는 복이 있으리로다.” 노래한 시편 기자의 심정이 되어 그들을 향해 저주를 퍼붓고 싶어집니다.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우리가 온전히 십자가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붙들어 주옵소서.

 

  로마병사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하신 주님과, 장사치가 되어버린 성전지도자들 및 그 하수인들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시던 주님이, 같은 분임을 알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지금이 분노하며 싸워야 할 때인지, 화해와 용서를 말해야 할 때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우리들을 불쌍히 여겨주옵소서.
  광복기념주일이며, 남북평화공동기도주일이며, 북한선교주일인 오늘도, 주님의 제자를 자처하는 이들 가운데 종북이니 좌파니 이념대결을 선동하는 자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주님의 사랑을 전하겠다면서 종교전쟁을 선동하는 무리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가르쳐 주옵소서. 우리가 누구를 용서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용서인지 알게 하옵소서. 평화의 왕이신 주님께서 평화를 만들어 가는 길을 가르쳐 주옵소서.

 

  잠자는 듯 보이는 침묵하시는 하나님, 그러나 우리 곁에 계셔서 우리를 위로하고 함께 아파하시는 하나님임을 알게 하옵소서. 우리를 자녀로 삼으시고 기르셔서 이제 장성한 우리들이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기를 원하고 계심을 알게 하옵소서.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도록 만드는 일에 일꾼이 되길 원하시는 하나님, 우리에게 지혜를 주옵소서. 주님의 열정을 품게 하옵소서. 주님의 사랑으로 충만하게 하옵소서.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바울 사도의 가르침이 바로 주님의 가르침인 것을 믿습니다. 직접 복수하려 하지 말고 하나님께 맡기라는 권고가 주님의 명령이심을 믿습니다. 우리가 그리할 수 있도록, 우리 안의 악마를 소멸시키고 우리 안에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시켜 주옵소서.

 

  단에 세우신 목사님께 하나님 함께하셔서, 오늘 주시는 말씀들이 이러한 기도에 응답하는 주님의 가르침이 될 것을 믿습니다. 하나님의 치유, 회복시키시는 역사가 일어나, 교우들이 하나님의 일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공급해 주시는 하나님께서, 평화를만드는교회 공동체가 유지되도록 봉사하는 손발들에게, 지치지 않도록 힘 주실 것을 믿습니다.

 

  십자가 앞에서 이 잔이 지나가기를 간구하면서도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원하시던 주님을 본받고자 합니다. 우리의 모든 기도와 간구의 제목들을 살피시되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되풀이되는 배반과 모략의 역사가 하나님의 뜻이 아님을 믿습니다. 그러한 역사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람들 또한 끊이지 않고 명맥을 이어왔음을, 단순히 명맥만 이어 온 것이 아니라 그들만이 인류의 역사에 빛과 소금이 되어 왔음을, 역사의 등대 역할을 해 왔음을 깨닫습니다. 십자가의 길만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내고 확장하는 길임을 믿습니다. 오늘 이 나라, 이 땅에서도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생명의 주인 되시고, 역사의 주인 되시는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