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또는 일기, 편지/나의 신앙고백

[스크랩] 추부길목사님께 용화사 주지가 드리는 편지

DoDuck 2008. 6. 11. 19:36

안녕하십니까? 추부길 목사님.

저는 김포용화사 주지 지관이라고 합니다.


거두절미하고 먼저 용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공직을 사퇴하십시오. 그리고 목사 본업으로 돌아가십시오. 국민들이 자신들의 생명활동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조금 쓴 소리를 한다고 그것을 사탄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목사님은 공무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상식도 갖추지 못한 분입니다.


그러니 어울리지 않는 공직생활을 중단하시고 본업으로 돌아가시라는 말씀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이 말은 이제 초등학교 아니 유아원을 다니는 아이들까지 아는 내용입니다. 모든 권력의 원천인 국민들이 본인들이 선택한 정부를 상대로 한마디 했습니다. 공무원들이 한 협상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재협상을 하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권력의 원천인 국민들의 말을 성실하게 이행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공무원의 옳은 자세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목사님께서는 권력의 원천인 국민을 향하여 사탄이라고 말씀 하십니다.


이러니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목사님께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목사님께 본업으로 돌아가라고 말씀드리고 나니 이 말씀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올 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 2월 12일 기독교의 목사님들, 천주교의 신부님들, 원불교의 교무님들 그리고 불교의 스님들이 함께 추부길 목사님께서 전도사를 자처하시는 "이명박표 대운하"를 비판하기에 앞서서, 왜 이런 무지한 공약이 국민들에 의하여 허용될 수 있었는지 돌아보기 위한 자기성찰의 기도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종교가 우월하며 최고의 진리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종교인들이 함께 한 이불을 덮고, 한 솥밥을 먹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를 배려하면서 함께 103일간 약 1,250km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모든 종교가 생명을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공통적 가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함께 한 분들이 이 가치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종교인들이 자신의 종교의 입장에서만 서로를 볼 때 상대가 사탄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가 되어 생명의 원천인 강을 함께 걸으면서 공동의 가치인 생명과 평화에 대한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시간을 함께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목사님들은 다른 사람을 쉽게 사탄이라고 하는 분들이 아니었습니다.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기를 돌아보는 분들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추부길 목사님께서는 성직자, 종교인으로서도 깊이 반성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타인을 상대로 사탄이라고, 쉽게 그것도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제가 아는 목사님들을 생각할 때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니 추부길 목사님이 정말 목사님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본업인 목사직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본인이 성직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다시 한 번 깊은 고민 있으시기 바랍니다. 함께 103일을 걸으면서 저는 기독교의 목사님들을 도반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가르침은 항상 생명과 인간윤리를 중요시 했습니다. 그리고 생명과 평화를 소중하게 모시라고 말씀하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추부길 목사님의 말씀을 전해 들으면서 도대체 추부길 목사님이 믿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이 제가 아는 목사님들이 믿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이 어떻게 다른지 정말 궁금해지더군요.


말이 길어졌습니다. 이제 이 글을 마쳐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추부길 목사님,


권력의 원천인 국민이 자신들의 생존권에 대하여 자신들이 뽑은 정치세력과 공무원을 향하여 따끔하게 말하는 것을 사탄의 소리라고 말 할 수 있는 당신은 공무원으로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 내려오십시오.


그리고 목사로서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가르침에 준하여 옳은 길로 인도하여야 할 어린 양들을 너무 쉽게 사탄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스스로의 천박한 신앙을 깊이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부디 성경의 창조질서와 생명과 평화를 말씀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셔서 먼저 자신을 돌아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목사님들은 그런 분들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씀드리면 스스로 전도사임을 자처하신 "이명박표 대운하"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돌아보면서 성찰해 보십시오.


필요하시다면 함께 한강, 낙동강, 영산강 그리고 금강을 다시 한 번 더 걸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함께 생명을 이야기할 용의도 있습니다.


어차피 이승에서는 길어야 80년의 삶입니다. 권력이 무슨 대수라고 사탄 운운까지 합니까? 아무리 잘 살아도 10끼, 20끼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곳에서 자도 잠자리를 100평까지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째째하게 살지 말고 그 어울리지 않는 권력을 툴툴 털어버리고 하나님이 부처님이 가르치는 생명과 평화를 화두로 함께 고민해 봅시다.

 

 

 

출처 : 생명과 평화의 강
글쓴이 : 운양 원글보기
메모 : 스크랩(기타)에 옮길글이지만 내 평소의 생각과 지향하는 바가 같다는 점에서 이 글을 이곳에 옮겨놓는다. "목사"라는 '직업인'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성장한 나의 신앙으로 비춰보면 추부길이란 인간은 나를 슬프게 했던 목사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