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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노동의 새벽 - 박노해

DoDuck 2014. 3. 23. 21:00

노동의 새벽
박노해

176 쪽 | 2004년 11월 17일
느린걸음

종이책 정가 : 7,800원 최저가 : 7,020원(예스24) 판매


책소개

'얼굴 없는' 노동자 시인 박노해의 첫 시집.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쓰린 가슴 위로 차가운 소주를 붓는다'는 상징적인 시구로 한 시대의 아픔을 대변했던 이 책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가슴에 뭉클하게 다가가면서 한 시대의 정신이 됐다. 민중의 생활어로 씌었으나 '지식인 시인이 아무리 애를 써도 닿을 수 없는 지점에 이미 도달해 있는 것처럼 보였던'(경향신문) 이 시집은 '한국 문학사상 단일 시집 중 가장 많은 노래를 낳은 시집'(음악평론가 강헌)이 되었으며,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불가피한 하나의 지침이 되기도'(시인 고은) 하였다. 2004년판은 '새벽 이후' 세대를 위한 어휘 해설, 그리고 시집과 시인의 역정을 정리하여 부록으로 실었다.위험한 시집의 탄생이 몰고 온 충격과 파장

1984년, 한 공장 노동자의 손에서 한 문학평론가의 손으로 신문 하나가 건네졌다. 그 신문지 사이에서, 얇은 습자지 위에 연필로 또박또박 눌러 쓴 시들이 쏟아져 나왔다. 군사독재정권하에 있던 살벌한 시절, 비록 시였지만 그것은 너무나 위험한 내용이었다. 습자지 위에 쓴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발각되었을 때 재빨리 태우거나 씹어 삼켜 증거를 없애야 했던 것이다. 시인은 자신의 신상에 대해 철저히 함구해줄 것을 당부하고 사라졌다. 그 시들이 한 권의 시집으로 탄생했고, 그것이 바로 '얼굴 없는 시인'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이었다.

『노동의 새벽』은 곧바로 엄청난 충격과 논란을 몰고 왔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 중의 한 권으로 남게 되었다. 저자 박노해는 이 시집을 세상에 발표하고 곧바로 위험 인물로 떠올라,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채로 각종 시국 사건의 배후 인물로 추적당했다. 그는 '불순한' 노동자, '불온한' 시인, '위험한' 혁명가였다. 1991년 '사노맹(남한 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으로 체포되어 무기징역형?처해질 때까지 노동운동가로, 사상운동가로, 민주투사로 몸을 던졌다. 그는 1998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

『노동의 새벽』은 출간과 동시에 군사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그해 말 평론가 김윤식, 임헌영은 박노해를 1984년의 시인 다섯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꼽았다. 1988년에는 계간 문예중앙이 40명의 중견 평론가들에게 지난 10년간 최고의 작품 한 편을 선정해 牝箚?의뢰한 결과 《노동의 새벽》이 뽑히기도 했다. 1991년 그가 구속될 때까지 공식 기록은 없지만 이 시집은 최소 50만 부 이상 100만 부 가까이가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학적으로, 문화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노동의 새벽』이 던진 파장은 넓고 컸다. 문단에는 '민중적 민족문학' 논쟁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되었다. 이후 민중의 문학적 자기표현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노래가 되어 민중 속으로 파고 들었다. 『노동의 새벽』은 한국문학사상 '단일 시집 중 가장 많은 시가 노래로 만들어진 시집'이라는 기록을 갖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연극, 판화, 서예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면서 80년대 민중예술의 텍스트 구실을 하였고,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하나의 지침이 되기도 하였다.


공연으로, 음반으로 다시 기억되는 스무살 시집의 여전한 감동

2004년, 『노동의 새벽』은 20주년을 맞이했다. 20년이란 세월은 한 시집이 망각 속으로 소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노동의 새벽』은 그 세월을 뚫고 새삼스럽게 다시 기억의 전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시집을 출전으로 하는 노래들을 담은 음반과 콘서트가 시집 20년이 된『노동의 새벽』에 헌정된다. 음반과 공연이 '한 권의 시집'에 헌정되는 것은 한국 음악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가 이 시집을 기억하는 것은 단지 이 시집이 몰고 온 당시의 충격과 파장과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오늘날 이 시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단지 과거의 시집일 뿐인가, 아니면 여전히 우리에게 '불온한' 목소리로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는 '저주받은 고전'인가?

이 시집은 노동자가 부른, 노동자가 주인공인, 노동자의 노래다. 그 노래는 처절하다. 만약 그 처절함이 20년 전의 처절함으로 우리에게 멀리 있다면 굳이 새롭게 기억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한때 처절했던 누군가 딴 사람의 이야기?읽을 수 없다. 설령 이 시집이 나와 세상을 흔들 때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세대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이 시집 속의 노동은 곧 삶이요, 노동자는 곧 인간이 되어 오늘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의 지침이 되기도 했던 이 시집 어디에서도 '임금 몇 퍼센트 인상'과 같은 '조건'의 요구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거기에는 다만 '평온한 저녁 밥상'을 앞에 두고자 하는 '기름때 절은 영?의 소박한 열망, 사람 대접 받고,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함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 단지 인간다운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그러나 사회의 모순구조에 의해 그 본질적인 욕망이 짓밟힌 인간 군상의 신음과 일어섬이 담겨 있을 뿐이다. 그것이 바로 이 시집 속의 이야기들을 암울했던 과거 한때의 풍경으로만 읽을 수 없는 이유이다.

시인 고은은 말한다. "지금 우리는 80년대의 『노동의 새벽』을 역사적인 대상이나 지난 날의 기억으로 돌리는 일과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인간정신의 재생을 찾는 일 가운데서 후자의 사명을 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동의 새벽』을 통해 읽는 어제와 오늘

금지된 언어로 써졌던 이 시들에서 이제는 그 금지의 냄새가 덜 나게 되었다는 것이 세월의 변화라면 변화다. 그 시절 우리에게 노동은 있어도 '노동'이란 단어는 없었으며, 노동자는 있어도 '노동자'라는 단어는 없었다. 당시 그 단어들은 '빨갱이'들만이 쓰는 매우 불온한 단어들이었다. 수출입국, 고도성장, 선진조국과 같은 거대한 단어가 그들의 삶인 '노동'도 그들의 이름인 '노동자'도 함께 덮어 버렸고 고의적으로 그 존재를 무시하고 지워 나갔다. 이제 그 단어들은 해방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노동자 주인공 자신들도 이제 처지가 달라져 있다. 그러나 과연 노동은 삶을 신성하게 하는 노동 혹은 삶 그 자체로, 노동자는 인간으로 해방되었는가? 20년을 맞은 『노동의 새벽』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그대 자신의 삶은 해방되었는가?

눈을 돌려 바라보면 떠넘겨진 고통을 강요당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여성노동자와 소수자 등 여전히 빈곤과 차별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상처를 받고 있는 또 다른 얼굴들이 '노동의 새벽'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국경 너머 전쟁과 테러로 울부짖는 민중들, 절대 빈곤 속에서 굶주리고 있는 나라의 어린이들이, 우리가 딛고 선 전지구적 현실의 영역에서 외면할 수 없는 '또 다른 나'로 존재한다.

『노동의 새벽』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만 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박노해가 수배되고 구속될 당시 이미 그의 시 일부가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유럽 등지에서 번역 유포된 적이 있고, 영어권 일부 연구자들이 번역하고 연구하며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텍스트로 삼기도 했는데, 최근 그의 시들이 다시 본격적으로 영역되어 해외에서의 정식 출간?앞두고 있다.

2004년판의 특징

『노동의 새벽』 20주년 기념판이라고 할 수 있는 느린걸음판 『노동의 새벽』에는 짧지만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권말에 부록으로 실린 「낱말들:시대의 기억」을 훑어본다면, 『노동의 새벽』과 시대를 함께 한 세대에게는 자신의 사회정치적 기억력을 시험해 보는 기회가, 『노동의 새벽』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게는 사회상의 변화와 함께 시의 원의미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이밖에 시집 자체의 역사와 시인의 개인사도 정리해 실었다.
[예스24 제공]



지은이 소개

박노해

이상을 잃은 삶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혁명 시인. 20세기에는 사회주의혁명을 꿈꿨으나, 21세기에는 `사람만이 희망`인 사회가 오기를 꿈꾸고 있다. 그의 본명은 박기평, 세례명은 가스발. `박노해`란 이름은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을 뜻한다.

15세에 상경해 야간 상고를 졸업하고, 섬유·금속·정비 노동자로 일했으며, 경기도 안양에서 서울 개포동까지 운행하는 98번 버스를 몰기도 했다. 유신 말기인 1978년부터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해고·수배·지하조직 등 산전수전 다 겪은 후, 1991년 안기부에 구속되어 무기징역 형을 선고 받았다.

특사로 출옥할 때까지 8년간을 0.75평 독방에서 지낸 박노해는 자기 방에 `은총의 암자`라는 뜻의 감은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는 매일 20km씩 달리고 12시간씩 정좌하여 책을 읽을 만큼, 독하게 독하게 징역을 살았다.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눠보는 계급문학을 추구하던 박노해는 감옥 안에서 커다란 정신적 변화를 겪었다. `참된 시는 날카로운 외침이 아니라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둥근 소리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새로운 시 정신이 되었다. 고르게 잘 먹고 잘 살자는 사회주의의 꿈보다는, 고르게 덜 벌어 덜 쓰는 농사공동체가 그의 새로운 이상이 되었다. 물질적으로 검소하고 정신적으로 풍요한 삶이 21세기 인류가 선호하는 생활 방식이 될 것이며, 농업이야말로 새로운 사회에 어울리는 미래산업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제 사람들은 그의 시에서 인간의 따뜻한 훈기를 느낀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선한 생각을 소박한 시어로 빚어낸 그의 시를 통해, 혼탁한 시대의 영혼을 정화한다.
[알라딘 제공]



목차

1. 사랑이여 모진 생명이여

하늘
멈출 수 없지
신혼일기
천생연분
이불을 꿰매면서
얼마짜리지
어디로 갈거나
한강
그리움
포장마차
가리봉시장
영어회화
썩으러 가는 길
남성편력기
모를 이야기들
통박


2. 노동의 새벽

바겐세일
시다의 꿈

졸음
휴일특근
손 무덤
어쩌면
당신을 버릴 때
진짜 노동자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
노동의 새벽
어쩔 수 없지
석양


3. 새 땅을 위하여

사랑
바람이 돌더러
밥을 찾아
대결
떠나가는 노래
떠다니냐
삼청교육대 1
어머니
아름다운 고백
별 볼일 없는 나는
장벽
허깨비

부록

해설 - 노동현장의 눈동자/ 채광석
'저주받은 고전'의 기억, '얼굴 없는 시인'의 얼굴/ 강무성
낱말들 - 시대의 기억

[리브로 제공]


출처 : 맑은샘 기르기
글쓴이 : 두레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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