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죽비에 얻어맞는 '목사님, 장로님'
2010 년 03 월 30 일 화04:30:01 진민용
불교나 승려에 대한 글을 쓰면 반드시 각오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너 예수는 믿냐", "종교 다원주의자구만", "<뉴스앤조이>가 결국 이런 집단이구만" 등의 반응입니다. 앞의 두 가지는 제 개인에 대한 비판이고 세 번째 것은 단지 저의 글을 게재해 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욕을 들어야 되는 <뉴스앤조이>의 안타까운 현실이자 '업보(?)'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지나친 결벽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불교나 그들 종교의 지도자들에 대한 지나친 비아냥은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이 듣기에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으며, 심지어 같은 기독교인들이라도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를 비하하는 사람은 그 자신 스스로의 인격을 드러내는 꼴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특히 목사님들 중에서 말입니다. 비록 타 종교이고 성경에서 말하는 '우상'을 섬기는 숭배자들이라는 판단이기는 하겠지만, 그들 또한 하나님의 피조물들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에 동참할 기회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시각에서 본다면 일부 목사들의 '비아냥'이 곱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안상수 원내대표의 '좌파 승려' 발언의 장본인인 봉은사 명진 스님이 그동안 참았던 발언을 거침없이 했습니다. 지난 28일 봉은사에서 열렸던 법회에서 그는 작정한 듯 이명박 대통령과 안상수 원내대표, 그리고 강남의 일부 목사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 냈습니다. 한 언론에서 제공한 법회 설법 녹취록을 참고했습니다.
"군 면제자들이 국가 안보를 논해?"
그는 먼저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 대통령의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회의에 대해서 분노했다면서 말했습니다.
"국가안보회의가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걸 보면서 면제자들, 제식 훈련 한 번도 안 받은 사람들이 국가의 안위를 논하는 거 보면서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변변찮은 이유로 군대를 면제받고 계획적으로 징집 영장을 기피해서 군대를 안 간 사람들이 국가의 지도층에 앉아 있으면서 어떻게 국가 안보를 논하는 것인가. 국가안보회의 참석한 면면을 보니 납세, 세금 안 내 탈세해 법적 처벌받은 사람이 있고, 석연찮은 이유로 군대 안 간 사람들이 어떻게 앉아서 우리 아우, 형제 안위를 걱정할 수 있나." (28일 봉은사 법회 내용 중-<시사인>)
그는 또 강남의 일부 목사들의 지나친 '친 MB' 지지 설교와 불교계 폄훼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강남의 대치동에 순복음 강남교회가 있다. 그 교회 목사가 김성광 목사이다. 얼마 전 국회도서관에서 기독교 의원 모아 놓고 이명박에 반대하는 박근혜 거론하며 아무 때나 짖는 닭, 아무 때나 짖는 개, 잡아먹어야 된다고 막말했다. 그 목사가 그 다음에 본인의 교회에서 신도 모아 놓고 설교했다. '나는 얼음 깨는 배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겠다. 불교, 우상 깨부수고 나아가겠다'고. 이런 막말했다. 얼마 전에는 봉은사 두고 떡이나 얻어먹는 20만 명 있다고 막말을 했다. 이명박 장로의 열렬한 지지자인 김성광 목사.
이명박 대통령이 종교 편향 때문에 서울 시청 앞에 이십만 명의 불자들이 모여 집회해 청와대에서 예배 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과연 지키고 있나. (중략) 김성광 목사, 잠실 할렐루야 신일주 목사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빡빡 깎은 웃기는 짬뽕 같은 불교'라고 불교를 폄하했다.
교육계 MB 공정택 교육감, 누가 당선시켰는가. 강남 서초 송파구에서 대형 교회에서 찍었다. 교육계의 마피아, 해방 이후 이런 비리, 부패 저지른 사람이 없다. 공정택, 여러분이 당선시켰다. 선거 잘 하시라. 정말 선거 잘 하시라. 거짓말, 사기 치는 놈, 탈세범들, 거짓말쟁이들, 파렴치한 범죄자들이 한국 정치를 망하게 하고 국민 가슴 멍들게 하고 불신 조장하는 것이다.
이명박 장로가 법정 스님의 입적 소식을 전하고 길상사를 방문했다. 그리고는 법정 스님을 끔찍이 존경하는 듯이 말했다. 법정 스님이 4대강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끔찍이 존경하는 스님에게 절하며 무슨 생각했겠는가." (28일 봉은사 법회 내용 중-<시사인>)
스님이 목사님께 설교, "예수 이름에 먹칠하지 말라, 법당에도 하나님 있다"
또한 명진 스님은 마태복음 21장의 성경 구절을 인용하면서 일부 목사들의 그릇된 가르침에 대해 일갈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김성광 목사에게 "약자를 돕고 불의를 비판했던 예수도 좌파라고 비판할 텐가"라며, "강한 자의 불의를 꾸짖고 가난한 자에게도 자기 손을 내미는 하나님의 사랑 앞에 인간이 평등하고, 그것이 김 목사가 믿는 예수님의 흔적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또 "김 목사가 믿는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인가. 성경대로라면 이 법당에도 하나님이 있다. 불교를 깨부수겠다는 것은 하나님 있는 곳 깨부수겠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이런 막된 언행 앞으로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앞으로는 하나님 모욕하지 말라. 경찰에 고발할 것인가. 좌파 세력이니 깨부술 생각인가. 다시는 예수님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습니다.
승려의 '죽비'에 얻어맞는 목사와 장로
단순히 이런 부분을 가지고 기독교가 불교에 얻어맞는다는 등의 해석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하나님의 가르침에서 한참 벗어난 기독교의 모습이 투영되고, 그 결과로 믿음이 없는 사람들뿐 아니라 이제는 타 종교인들에게까지 '두드려' 맞는 상황이 된 데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물론 기독교가 가진 절대적인 진리를 양보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타 종교에 대해서 극단적인 저주와 비난, 심지어 조롱을 퍼부을 이유는 더더욱 없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는 것이 누구를 위해 그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목사들이 심심찮게 설교 시간에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들이 그것을 듣는 많은 기독교인들의 인식을 바꾸고 왜곡시키는 것이 되며, 더 나아가서 기독교 전체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종교 사회입니다. 어쩔 수 없이 불교인들과 같은 직장을 다녀야 되고, 이단들과 어울려 학교를 다녀야 하며, 타 종교인들과 함께 공동의 사업을 해야 하는 현실이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기독교인들은 "우리는 천국이고 너희는 지옥"이라는 배타성을 굳이 드러내면서까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까지도 그 가치를 떨어뜨릴 필요가 있느냐 말입니다.
유대인들의 '선민 사상'이 구세주조차 죽음으로 내몰고 결국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다는 설교를 고난 주일이나 부활절에 빼 놓지 않고 해 왔던 교회가, 이제는 그들 스스로 '신(新) 선민 사상'에 빠져서 불신자들이나 타 종교인들에 대해 이유 없는 적대감을 드러내고, 그들의 '멸망'을 바라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결국 기독교는 스스로 먹칠을 하는 꼴이 돼 버릴 겁니다.
명진 스님의 이번 설법으로 강남의 일부 목사나 이명박 장로는 그야말로 '죽비'에 제대로 한 방 맞은 꼴이 돼 버렸습니다. 어쩌면 그들 스스로 그 매를 자초한 것이니 같은 기독교인이 볼 때는 안타깝지만 뭐라 변명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목사님들, 입만 열면 '매'를 벌어
그런데 기독교는 왜 이처럼 타 종교와 그 신도들을 비난하는 것일까요. 그렇게 공개적으로 타 종교를 비난하는 것이 마치 하나님이 기뻐하신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는 구원받았는데 너희는 못 받았지?"라는 걸 자랑하고 싶은 건지, 그 발상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됩니다. 그렇다고 욕을 먹는 만큼 교인 숫자가 증가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는데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하면 할수록 손해만 보는 싸움을 하고 있는 꼴입니다.
성경에도 요나처럼 이기적인 선지자가 등장하고, 유대인과 바리새인들은 뿌리 깊은 '선민' 사상 때문에 예수님의 비판을 듣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의 기독교의 배타적인 태도가 결코 성경적인 것도 아니며 하나님의 뜻이 아닌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장로가 대통령이면서도 그 자신을 비롯해 측근들의 도덕적인 해이함, 환경과 인권을 무시하는 독선적인 고집, 교육 비리, 무상 급식 반대, 부자 감세로 인한 복지 예산 축소 등 반 서민 정부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이제는 그의 종교적 신념까지도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목사와 장로를 향해 강하게 비판한 이번 명진 스님의 설법이 그래서 설득력을 더 얻는 이유입니다.
한국 기독교, 유다 멸망의 뒤를 따르고 있다
구약성경 예레미야 5장 30절에는 "이 땅에 기괴하고 놀라운 일이 있도다. 선지자들은 거짓을 예언하며 제사장들은 자기 권력으로 다스리며 내 백성은 그것을 좋게 여기니 그 결국에는 너희가 어찌 하려느냐"는 내용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예루살렘이 멸망에 가까우면서 종교와 권력, 그리고 일반 백성들까지 가세하는 총체적인 '교만'이 팽배할 것을 경고합니다.
또 구약성경 미가 3장에는 오늘날의 기독교의 실상을 보는 듯한 다음의 내용이 등장합니다.
"내 백성을 유혹하는 선지자는 이에 물면 평강을 외치나 그 입에 무엇을 채워 주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전쟁을 준비하는도다. (5절) 그 두령은 뇌물을 위하여 재판하며 그 제사장은 삯을 위하여 교훈하며 그 선지자는 돈을 위하여 점치면서 오히려 여호와를 의뢰하여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우리 중에 계시지 아니하냐 재앙이 우리에게 임하지 아니하리라 하는도다. (11절) 이러므로 너희로 인하여 시온은 밭같이 갊을 당하고 예루살렘은 무더기가 되고 성전의 산은 수풀의 높은 곳과 같게 되리라. (12절)"
무리한 적용일지 모르지만 현대 한국교회의 현상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고 봅니다. 목사들이 돈을 바치고 먹을 것을 주면 '평강이 있으라'고 외치지만 아무것도 바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전쟁'을 이야기한답니다.
또 정권을 잡은 자는 뇌물을 받고 재판을 하고, 제사장은 제물에만 관심이 있고, 선지자는 돈을 바라고 점을 치면서도 "여호와가 우리와 함께하신다"고 떠들고 다닙니다. 총체적인 '교만'에 빠졌던 유다는 결국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신약성경에서도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배도하는 일과 사람의 미혹'을 경계했습니다. 즉 그런 현상이 곧 멸망으로 가는 첫걸음이고, 결국 계시록의 예언처럼 기독교는 대환란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철저히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는 데 이용했던 사람들과, 명목상의 종교 지도자였지만 '돈'과 '명예'에만 눈이 멀었던 거짓 선지자들에게는 심판의 날이 될 것이라는 경고의 말씀입니다.
이제 한국 기독교는 무책임한 자만심에 빠져서 타 종교에 대해서 손가락질만 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명진 스님의 말처럼 "절에도 하나님의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작은 아들이 돌아왔을 때 불쾌했던 큰 아들처럼, 또 니느웨 백성들이 회개하는 게 못마땅했던 요나처럼 한국 기독교인들도 자기들 외에 타 종교인들에게도 구원의 기회를 열어 놓으신 하나님의 사랑이 못마땅하고 불쾌할 뿐입니다.
유대인들이 '먼저 선택받은' 본분을 잊어버리고 교만했듯, 한국교회도 왜 '먼저 믿는지'를 잊어버린다면 결국 유대 멸망사를 그대로 따르게 되는 건 불 보듯 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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