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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을 향한 교회의 역할

DoDuck 2006. 8. 14. 19:39
 

평화통일을 향한 교회의 역할

이재정신부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창립기념주일 제1회 평화축제(2006.07.09) 강연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예수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이며 이는 다시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평화로운 속에서 즐기고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가 없는 곳에 평화를 만들어 가는 것, 평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부름 받아 예수님 때문에 고통이나 손해를 당할 수도 있지만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분단 60년, 한국전쟁 56년. 180만 군대가 서로 총을 겨누고 등지고 살고 있는데,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숫자의 군대가 서로 총을 겨누고 있는 중이다. 온 세계가 변하고 있는 중인데 민족이 이렇게 갈라져 살고 있는 곳은 없다.

  기독교인은 원수된 것을 풀고 이웃이 되어가는 사람들이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다시 갈릴리로 가신 까닭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해서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북안은 왜 미사일을 쐈을까? 세계적으로 2차대전 이후에 미국을 향해 대포를 쏜 나라는 빈라덴의 911테러 외에는 북한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데,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대포동 미사일을 쏜 목적이 무엇일까?

  지금 북한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96년부터 99년까지 가뭄으로 먹고살기 매우 힘들었는데, 지금은 어떤 의미에서 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2200만 인구로 약 650만톤의 식량이 필요한데, 농사가 잘 될 때 400만톤을 수확한다. 우리가 년 50만톤 가량을 차관형식으로 도와주고 있고, 중국에서 50만톤 쯤 얻어오는데, 150만톤이 부족하다. 북한주민의 1/4이 굶고 있는 셈이다. 예전엔 구라파에서 도와주었는데 지금은 중단되었다.

  외국과의 무역량은 우리가 년간 500조에 달하는데 북한 불과 30억불. 우리의 1/170에 불과하다. 석유를 공급할 수 없어서 조업이 불가능해서 서해상의 조업권을 아예 중국에 팔아넘기기까지 했는데, 강남의 비싼 아파트 10채값밖에 안되는 가격에 조업권을 넘겨주었다.

  북한의 예산은 우리의 1/100로 우리가 한 달 100만원을 가지고 살 때, 북한은 만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왜 그렇게 가난하게 살고 있는가? 해결책이 무엇인가?

  북한이 살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세계무대에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막혀 있다. 가장 중요한 동기는 6자회담의 합의 직후에 터진 위폐사건으로 미국은 위폐를 유통시킨 책임을 물어 북한의 마카오 계좌를 동결시켰다.

  우리중에는 김정일은 망해야 하고 김정일이 망하면 우리가 흡수통일하면 되지 않는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 북한이 붕괴되면 수많은 피난민이 남쪽으로 내려올 것이다. 현재 북한에서 벗어난 8000명을 수용하는 일도 어려워하면서 100만 200만이 내려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의 난민들이 중국으로 넘어가면 중국 역시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도 북한이 스스로 자립하도록 돕고 지원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금 막다른 벼랑에 서 있다. 그들은 전쟁이 일어나든 말든 차이가 없다. 우리와 사는 격차가 너무 엄청나다. 우리의 년간 원유도입량이 667억불일 때, 북한은 4억불에 불과했다. 북한은 이판사판 더 망할 것도 없는 형편이다. 미국은 미사일발사 직후, 이 사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해 나가되 안되면 ‘다른 방법’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2020년까지 발전계획이 어마어마하게 짜여 있는 중국은 전쟁은 절대불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도 전쟁이 일어나면 잃어버릴 것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한반도내에서 군사적 충돌은 절대불가하다는 것을 세계에 전달해야 한다.

  사람들은 우리도 어려운 형편에 도와주었더니 기껏 대포동 미사일이나 만들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북한을 지원하는 일을 중단하라고 한다. 그러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우리가 북한을 실제로 무상으로 도와준 것은 부족량의 1/3정도밖에 안되는 약간의 비료에 불과하다. 쌀은 차관의 형식을 빌어 제공했는데 그나마도 우리가 남아도는 쌀을 처리하는데 년간 1조의 비용을 쓰면서 북한에 빌려준 쌀은 그 1/4에 불과하다.

  서독은 통일을 위해 동독에게 18년간 매년 3조 2000억을 도와줬는데 우리는 15년간 총 2조 7000억을 썼을 뿐이다. 북한이 그 돈을 모아서 미사일을 만든 것이 아니다. 서독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동독에 돈을 주었는데 우리는 국회동의를 받아야만 쓸 수 있는 남북협력기금 1조를 준비해두었고, 그중에 5000억이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북한의 불만은 얻어먹는 입장에선 아무리 얻어먹어도 배고픈 법인데 도움은 찔끔찔끔 받고 생색만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는 남북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인내하며 지원해야 한다. 그나마도 지원이 끊긴다면 전쟁의 가능성만 높아질 뿐이며, 한번 끊어지면 다시 잇기 어려운 법이다.

  정전협정 이후 50년간 원수처럼 등지고 살면서 얼마나 서로 달라졌는가? 우리가 외래어 그대로 ‘지퍼’라고 할 때, 그들은 ‘쪼로록’이라고 이름 붙였다. 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교육이 다르니 완전히 다른 체제에 삶의 기준이 다르다. 남북한은 최근에서야 대화와 협력의 단계에 들어섰을 뿐이다.

  예수님은 다름은 죄가 아니라고 가르치셨다. 유대인과 이방인이, 병자(당시엔 죄의 결과로 인정되고 있었다)와 건강한 이가 모두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여기시고 구원을 베푸셨다.

  너무 없으면 사람이 뻔뻔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좀 뻔뻔하게 느껴지더라도 북한을 주님께서 불쌍히 여겼던 사람들처럼 생각하고 북한을 위해 기도하며, 북한이 변화할 수 있도록 오래참고 지원해 나가야 한다. 무력은 또 다른 무력을 낳을 뿐이라는 것을 북한이 분명히 알게 하는 것이 우리 기독교인들의 책임이다.

  북한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보험제도를 만들어 자기수입 7%와 정부와 기업이 1%를 부담하게 하였고, 공산주의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상속법을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만들었다. 북한은 담배를 많이 피우는데 지금은 담배통제법을 만들고 금연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따라 평화를 위해 보내진 사람들로서 상대방의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읽어가면서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주님께서 엠마오로, 갈릴리로 가신 길이 그 길이다.

  끝으로 25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역사상 처음으로 이곳에서 민간행사를 하게 된 것을 매우 뜻있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