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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의 표제시로 활용할 시들입니다

DoDuck 2006. 6. 22. 18:15

읽어보시고 꼬릿말로 감상이나 비평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머니의 입 - 양전형
 
어머니의 입을 보며
밥 먹는 법을 배웠거든요
내 입에 밥술을 떠 넣으실 때
어머니는
당신 입을 더 크게 벌리셨구요
내 입에 들어온 밥알이 떨어질세라
당신 입을 더 꼬옥 다무시면서
빈 입을 부지런히 씹으셨어요
어머니 가시고 일곱해 지난 지금
먹고 살 걱정이 생길 때마다
어머니의 입이 살아 나와
이래라 저래라 시켜주세요
 
 

하루 - 천 양 희

오늘 하루가 너무 길어서
나는 잠시 나를 내려놓았다.
어디서 너마저도
너를 내려놓았느냐.
그렇게 했느냐.
귀뚜라미처럼 찌르륵대는 밤
아무도 그립지 않다고 거짓말하면서
그 거짓말로 나는 나를 지킨다.

 


이제는 사랑시는 끝낼 때라 합니다 /김영천


사랑을 빼라 합니다
그렁그렁 눈물을 빼라 합니다
사랑은 이성적 논리와 질서의 밖이라 하지만
시는 결코 그렇지 않다 합니다

 

먼저 그리움을 빼고,
설움도 빼고, 눈물이나 사랑도 빼면
눈알이 퀭하니 뚫린
내 빈 육신만 남을까요

 

장좌도 허리께에
세월을 안고 들어누운 폐선의 잔해처럼
시는 없고
육탈한 문자만 영혼처럼 빛나는

 

지금은 산문시대입니다

 


가장 작은 기도 - 용 혜 원     

 

두 손을 모은 만큼의
작고 낮아진
마음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아멘!

 

 


슬픔의 무게 -  이 정 하


구름이 많이 모여 있어
그것을 견딜 만한 힘이 없을 때
비가 내린다.

 

슬픔이 많이 모여 있어
그것을 견딜 만한 힘이 없을 때
눈물이 흐른다.

 

밤새워 울어본 사람은 알리라.
세상의 어떤 슬픔이든 간에
슬픔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가를.
눈물로 덜어내지 않으면
제 몸 하나도 추스를 수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