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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정리요약] 기본소득, 세상에 나오다(1)

DoDuck 2014. 11. 29. 10:38


  1.세계 최초로 기본소득법 제정한 브라질

 

  브라질은 '시민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기본소득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시민기본소득법'은 2004년에 최종적으로 통과되었지만, 재원마련문제 때문에 그 시행에 이르기까지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기본소득의 핵심적 취지와는 다른 점이 있지만 '부의 소득세'의 일종인 '보우싸 파밀리아Bolsa Familia'라 불리는 최소 소득보장 프로그램이 바로 이 시민기본소득 제도의 도입을 위한 첫 단계의 역할을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기본소득 제도의 맹아, '보우싸 파밀리아'

 

  이 프로그램은 2009년 현재 일인당 월 소득이 140레알(1레알은 2010년 9월 현재 681원) 미만인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우선 일인당 월 소득이 70레알 미만인 가구에 매달 68레알의 기본수당을 지급한다.  그리고 16세 미만의 아동 한 명이 있으면 22레알, 두 명이 있으면 44레알, 세 명 이상이 있으면 66레알의 아동수당을 해당 가구에 지급한다.  또한, 16세 이상 18세 미만의 청년이 있으면 최대 두 명에 대해 각각 33레알의 청년수당을 해당 가구에 추가로 지급한다.  일인당 월 소득이 70레알 이상 140레알 미만인 가구에는 기본수당 없이 아동수당과 청년수당만 같은 방식으로 지급한다.  결국 이 프로그램을 통해 브라질의 빈곤가구는 매달 최소 22레알 최대 200레알의 수당을 받을 수 있는데, 현재 이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가구는 평균 95레알 정도의 수당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소요되는 2009년도 예산 추계는 약 114억 3400만 레알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가지 조건이 부가된다.  우선 임신부나 산모는 공중보건 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고, 6세까지의 아동은 정해진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며, 7세 이상 16세 미만의 아동은 최소 85% 이상의 출석률로 학교에 다녀야 한다.  청년수당의 도입으로 16세 이상 18세 미만의 청년에게는 최소 75% 이상의 출석률로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조건이 부가되었다.  

 

  2006년 7월 현재 약 1120만 가구가 '보우싸 파밀리아'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는데, 이는 시작당시 120레알 미만이었던 브라질의 거의 모든 가구가 이 혜택을 받았다는 의미를 가진다.  현재 가구당 평균 4명의 구성원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프로그램은 브라질 인구 1억 9030만 명의 대략 4분의 1에 해당하는 4500만명을 끌어안는 것으로 발전한 것이며, 그 결과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02년 0.58에서 2007년 0.55로 개선되었다.

 

  '시민기본소득법'이 통과되다.

 

  '시민기본소득법'을 기초한 것은 기본소득의 강력한 지지자이자 그 도입에 앞장서 온 브라질의 노동자당 소속 상파울루 주 연방상원의원인 에두아르두 수플리시였다.  2004년 1월 8일 룰라 대통령의 서명으로 이 법률은 효력을 갖게 되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 1조 : 2005년부터 시민기본소득이 시행된다.  이는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브라질 사람들과 브라질에 최소한 5년을 거주한 모든 외국인이 사회경제적 조건의 부과없이 매년 현금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로 이루어질 것이다.

    제 1항 : 적용범위는 행정부의 판단기준에 따라 더욱 궁핍한 주민계층을 우선하여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제 2항 : 지급액은 예산상의 능력을 고려하여 모두에게 동등한 액수가 되어야 하고, 각 개인이 식량, 교육, 건강에서 최소한의 지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해야 한다.

    제 3항 : 지급액은 같은 액수로 월 단위로 분할될 수 있다.

    제 4항 : 현금 급여는 개인 소득세 부과를 목적으로 한 과세 소득이 아닌 것으로 간주한다.

 

  제 2조 :  급여액의 결정은 행정부의 권한이다. ....

  제 3조 :  행정부는 이 법률의 2조에 있는 규정을 준수하며, 2005 회계연도 연방 정부 총예산 가운데 이 계획의 첫 단계를 시행하기에 충분한 예산을 계산하여 넣을 것이다.

  제 4조 : ..........

  제 5조 : 이 법률은 공포일로부터 시행한다.

 

  기본소득 지급대상에는 브라질 국민은 물론 브라질에 최소한 5년을 거주한 외국인들도 포함된다.  처음에는 2005년부터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로부터 단계적으로 혜택을 줄 계획이었으나, 이 프로그램의 시행이 국가 경제의 발전 정도와 사용 가능한 재원의 수준에 따라 제약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재정상의 부담으로 '시행되지 않는 법률'로 남아있다.

 

  '시민기본소득법'의 공포 당시에 재원마련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법률이 상당기간 동안 '실행되지 않는 법률'로 남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예견되었다.  또한 이러한 사실은 이 법률이 공포되던 날 행한 룰라 대통령의 연설 가운데 언급이 있었다는 점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앞으로 시민기본소득의 재원은 2006년 8월 브라질 상원에서 통과된 '시민기본기금 설치에 관한 법률'을 토대로 마련될 예정이다.  수플리시 상원의원이 기초한 이 법률은 연방소유 회사주식의 10%, 자연자원채굴에 대한 사용료의 50%, 정부의 서비스 허가 수입의 50%, 연방정부 자산 임대료의 50%, 연방 조세수입 등으로 기금을 마련하도록 되어있고 2009년 12월 현재 재무조세위원회의 의견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2.  기본소득 실험 프로젝트가 진행된 나미비아

 

  아프리카 대륙 남서부에 위치한 나미비아는 1990년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부터 독립한 인구 200만명의 작은 나라다.  이곳의 수도 빈트후크에서 동쪽으로 1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오미타라 마을에서 매우 특별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바로 '기본소득' 실험 프로젝트였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만 2년동안 이곳 주민 모두에게 일인당 매월 100나미비아달러를 아무런 조건없이 지급한 실험이었다.  2009년 연말에 이 기본소득 실험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 지역 주민들에게 일인당 80 나미비아달러씩의 기본소득이 지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소식이 전 세계로 알려지면서 후원금이 계속 들어오고 있고, 이것이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험은 성공의 지름길이다.

 

  2009년 4월에는 실험 프로젝트 시행 일 년 후의 변화를 짚어 본 종합적인 중간 평가 보고서가 나왔다.  그 가운데 핵심적인 것들만 추려서 간략히 소개한다.  실험 프로젝트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대상 : 나미비아 오미타라 지역의 모든 주민(60세 미만 930명)

  지급 금액 : 매달 100나미비아 달러(약 만 오천원)

  지급방식 : 우체국 예금 계좌로 송금(처음 6개월은 직접 지급)

  기간  :  2008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24개월

  비고  :  21세 미만은 돌보는 사람에게 지급

 

  우선 가장 두드러진 점은 기본소득의 지급 이후 빈곤문제가 급격하게 개선되었다는 것이다.  식량빈곤선에 있는 사람들의 비율은 2007년 11월 72%에서 2008년 11월 16%로 무려 56%나 줄어들었다. 

 

  실업률 또한 2007년 11월 60%에서 2008년 11월 45%로 상당히 많이 줄었다.

 

  이러한 결과는 매우 놀라울 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기본소득의 주요 비판논리 가운데 하나가 고상하게 말하면 '노동윤리의 실종', 쉽게 말하면 '놀고먹는 사람이 늘어날 것' 등인데, 이 결과는 그러한 예상이나 추측과는 달리 경제활동인구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 줌으로써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런 조건없이 소득이 보장되면 노동윤리가 훼손될 것이라는 뿌리깊은 암묵적 가정을 반박하는 경험적인 결과는 오래전에 미국에도 있었다.  영구기금 배당이 실리되고 있는 미국 알래스카 주에서도 이 배당 때문에 경제활동 참가율이 떨어졌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기본소득의 영향으로 그 지역 주민의 일인당 소득이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기본소득으로 말미암은 소득 증가분을 제외한 임금노동, 자영업, 농업 등을 통한 기타 소득이 2007년 11월 118 나미비아달러에서 2008년 11월 152 나미비아달러로 29%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일자리가 증가하고 생산에 참가하여 얻은 소득이 늘어난 덕택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자영업을 포함한 소규모의 사업들이 활기를 띈 것으로 나타났다.  부분적이고 제한적이긴 하지만 기본소득의 경제 효과가 증명된 셈이다. 

 

  한편, 이 때문에 오미타라 지역 주변의 한 백인 농장주는 기본소득 실험 프로젝트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백인 농장주들은 이제까지 턱없이 싼 임금으로 이 지역 주민들을 마음껏 부려왔는데, 이 실험 프로젝트 시행 이후 주민들의 자립이 늘어나면서 예전처럼 대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드는 상황이 탐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범죄도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체 범죄건수가 기본소득 지급 이전시기인 2007년 1월 15일부터 10월 31일까지는 85건이었고, 기본소득 지급시기인 2008년 같은 기간에는 54건이었다.  이미 잘 알려진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는 사회경제적 조건과 범죄사이의 상관관계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교육, 보건, 의료, 성 평등 등의 차원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왔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다만, 정치적 의지의 문제다.

 

  2009년 현재 60세 이상의 노령연금 수혜자 약 15만 명을 제외하고 190만명의 국민에게 매달 100 나미비아달러를 지급하는 데 필요한 연간 소요예산 총액이 약 23억 나미비아달러이다.  하지만 세금환급효과등을 제외하면 순수 추가 비용은 12억에서 16억 나미비아달러, 즉 나미비아 국내총생산의 2.2%에서 3.0% 수준이다.  계량경제학적 분석에 따르면 나미비아의 조세부담 능력은 국민소득의 30를 초과하는데, 현재는 25% 이하로 조세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기본소득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순수 추가비용은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나미비아의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적절한 조세제도 개혁과 예산 우선순위 변경 등의 조합을 통해 재정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지속 가능한 기본소득 제도를 즉각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은 다만, 정치적 의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출처 : 칼을 벼리다.
글쓴이 : 민욱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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