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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DoDuck 2014. 6. 12. 16:19


나는 밀양이 고향도 아니고 그곳에 아는 사람도 살지 않으며 이치우 노인이 밀양에서 분신자살하기 전까지 밀양과 송전탑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관심을 갖기엔 나와 너무 거리가 먼 동네였고, 송전탑 건설은 오히려 여름과 겨울에 부족한 전력을 위한 필연적인 조치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들의 반대를 학교에서 흔히 배우는 '님비현상'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관심이 없었으니, 아는 게 없었다.


이치우 노인 분신자살 관련 기사 클릭


그러다 한 노인이 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전과의 7년간의 싸움 끝에 목숨을 버린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나 하나 죽으면 억울함을 세상이 좀 알아주겠지"

이 문장은 전태일 평전에서 본 바로 그 문장이었다. 왜 누군가가 목숨을 불태워야만 비로소 돌아보는 것일까. 그의 죽음은 나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인한 것이었다. 7년 동안 나는 그 약한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했다. 밀양의 할매 할배들은 나 사는 게 바빠서 외면한 많은 것 가운데 하나였다.


이제 이치우 노인이 돌아가신 지 1년이 조금 지났고, 밀양은 다시 전쟁터가 되었다. 무지렁이 할매 할배들은 몸뚱아리 하나로 밀양을 지키고 있으며, 온갖 수모와 폭력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기사를 보며, 밀양의 실시간 페이스북을 보며, 한전을 상대로 그들이 저항한 8년이라는 그 긴 기간 동안, 또 이치우 노인이 돌아가신 뒤 1년 동안 나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한 할머니가 포크레인 안으로 들어간 사진을 보며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농성장 앞에 여차 하면 목을 메달기 위해 밧줄을 걸어놓으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일주일 새에 이미 열여섯 분이 병원에 이송되었다. 가난한 목숨을 또 잃을까봐 겁이 난다. 왜 가난한 삶은 이토록 격렬하고 고통스러울까. 



나는 잘 모르겠다.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평생 농사밖에 모르던 노인네의 밭 한가운데에 일반 송전탑의 다섯 배나 되는 큰 송전탑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들을. 그 작은 밀양 땅에 건물 40층짜리 송전탑 69개를 지어야 하는 이유를. 합의점을 찾아보지도 않고 강행하는 폭력성을. 아무리 대치상황이라 해도 60~80대 노인들을 땡볕에 세워두고 포위하는 저들을. 저항하는 노인을 푸대자루에 실어 나르는 저들을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다. 어짜피 노인들이야 80여 명밖에 안 되니까 그들이 전부 쓰러지면 그 뒤에 송전탑을 세우려는 것일까? 


밀양의 할매 할배들은 이 일이 있은 후 원전과 송전탑에 대해 많이 공부하셨다고 한다. 공부하면 할수록 미래의 후손들의 자원을 끌어다쓰는 이 사태를 간과할 수 없다고 느끼셨다고 했다. 이것이 그분들이 투쟁하는 수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러므로 그들은 우리를 대신해 싸우는 것이다. 밀양의 가난한 무지렁이들이,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 싸우고 있다. 그러므로 외면해선 안 되는 것이다.


밀양의 할매 할배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클릭








출처 : 실천하는 몽상가
글쓴이 : Anastasi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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