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한마디/따온 글

서베이 Q3R독서법(브레인월드의 메일: 책, 다 읽고 책장 덮었을 때 생각나는 것이 없다면)

DoDuck 2012. 10. 16. 12:03

독서의 계절, 브레인월드에서 독서법에 관한 글을 발견했다.

[물음표에서 느낌표까지]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한 후, 교과서 내용을 가지고 수업을 해 나갈 때,

내가 강조하던 공부방법과 너무 흡사한 내용이라  여기 옮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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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야 한다고 독서를 강조하는 교육을 참 많이 받았다. 해마다 가을이면 독서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글도 많이 접했다. 몇년새 유행하는 자기계발서에서는 독서, 이를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성공하려면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게 계발서의 일관된 주장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대단한 독서가이다. 190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물리화학학자 오스트발트는 일찍이 '위인이나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인가'를 조사하여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일이고, 두 번째는 독서였다. 독서가 위인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 조건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시미즈 가쓰요시 외 지음, 김혜숙 옮김, 『성공한 사람들의 독서습관』, 나무한그루, 2004, 50쪽.)

 

그런데 독서를 할라치면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독서의 방법론에 대해 언급한 책이나 글은 많지 않은 것같다. 특별하게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가르치고 배우려고 했던 건 영어공부법이었다. 이 방법은 다른 공부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책을 좋아하여 늘 책을 가까이 하면서도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늘 고민했다. 대학에 입학하여 2학년이 되어서 이 고민이 깊어졌다. 전공에 들어가 공부를 깊이 있게 해야 하는데 공부를 할수록 공부하는 방식에 회의가 들었다. 당시는 무조건 많이 읽고 많이 보면 된다는 식이었다. 전공공부를 무조건 많이 읽고 본다고 하여도 제약이 많았다. 우선 읽어야 할 분량이 방대했다. 500쪽이 넘는 전공책이 대부분이었다. 다섯 과목을 들으면 그같은 책이 기본으로 다섯 권. 보조교재로 한 권만 더해도 열 권이었다. 한 학기에 이 책들을 독파하여 내 것으로 만들려면 무조건 많이 읽고 본다고 하여 해결되지 않았다. 2~3일에 한 권을 다 읽어보았지만 책을 덮으면 무엇을 읽었는지, 무슨 내용인지 머리에 남는 것이 없었고 그 내용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고시에 합격한 이들의 공부 비결을 찾아보았다. 합격수기에서 그들은 '목차활용법', '단권화' 를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행정법과 같은 과목은 목차활용법이 필수라느니, 어느 책을 기본으로 하고 다른 책을 보완하여 두세 권을 한 권으로 '단권화'(單券化)해야 한다고 했다. 오호라! 이런 방식으로 공부를 하여 합격을 하는구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들 말대로 목차를 눈여겨보았다. 책 전체를 보기 전에 목차부터 읽어 전체를 파악했다. 전보다 독서를 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 전체를 파악하니 이해가 빨랐고 목차를 기억하니 설명도 가능했다. 그래도 뭔가 미흡했다.

 

도서관에 가서 독서방법에 관한 책을 찾아보았다. F.P. 로빈슨이 쓴 『독서방법론』(김영채 역, 배영사, 교육신서119, 초판 1983, 중판 1993) 이라는 책이 있었다. 131쪽에 불과한 문고판에 '서베이 Q3R독서법'을 직접 활용하도록 만든 책이었다. 이 책은 앞 부분에 '전형적인 학생이 공부하는 방법'과 그 문제점을 제시하였는데 당시 내가 느낀 것과 같은 것이어서 이 책에 완전히 빨려들어갔다.

 

서베이 Q3R독서법은 학습과 기억의 심리학에서 이루어진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설계된 고급의 독서기술이다. 심리학을 활용한 공부법이었다. 학생들이 느린 독서속도, 어휘력의 부족, 부정확한 이해태도, 전문적인 비산문 형태의 자료를 읽는 능력의 부족과 같은 독서기술상의 결점 때문에 효과적인 독서가가 되지 못하고 있는데 서베이 Q3R방법이 해결책이 된다고 하였다.

 

 

그럼 서베이 Q3R독서는 어떻게 하는가.

 

■ 개관(SURVEY) 1. 전개될 요점들을 알아보기 위하여 장의 표제, 즉 제목을 훑어본다. 그리고 장에 요약이 붙어 있는 경우 끝의 요약 부분을 읽는다.

■ 질문(QUESTION) 2. 첫 번째 표제, 제목을 의문형태로 바꾸어 본다. 그렇게 하면 호기심을 북돋우고 이해를 돕게 된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던 정보들을 마음에 되새기게 되며 그리하여 읽는 절의 내용을 더욱 빨리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읽기(READ) 3. 제기된 의문에 답할 수 있도록 첫 번째 표제의 절을 끝까지 계속 읽는다. 이것은 한줄한줄 끈기 있게 읽어가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해답을 찾기 위한 적극적인 탐색이어야 한다.

■ 암송(RECITE) 4. 첫 번째 절을 읽고난 다음은 책에서 눈을 떼고 의문에 대한 대답을 잠시 동안 암송해 본다. 암송은 당신 자신의 말을 써서 해야 하며 거기에는 예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없으면 읽었던 절을 다시 훑어본다. 가장 훌륭한 방법은 종이 위에 구절들을 개요의 형태로 대충 적어두는 것이다.

이 과정을 다음 표제의 절에 대해서도 되풀이 한다. 다음 절의 표제를 의문으로 바꾸고 그러한 의문에 대하여 대답할 수 있도록 절을 읽고 그리고 당신 자신의 요약으로 단서 구절들을 적어가면서 대답을 암송한다. 전체 과목이 끝날 때까지 이런 식으로 읽기를 계속한다.

■복습(REVIEW) 5. 이리하여 과목을 완전히 읽었으면, 중요한 요점과 요점들 간의 상호 관계에 대한 조감도를 얻을 수 있도록 노트를 훑어보고 그리고 각 표제 밑에 있는 하위 요점들을 암송해 봄으로써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본다. 노트를 망라해서 훑어보고 요점들을 재생해 봄으로써 기억여부를 점검해 보게 된다. 그런 후 각 요점을 떠올리고 그 아래에 있는 하위 요점들을 재생산시키도록 노력해본다.


서베이 Q3R방법의 다섯 가지 단계, 즉 개관, 질문, 읽기, 암송, 복습이 원활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체득하게 되면 독서능력이 크게 향상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한 훈련방법, 노트필기법, 교재 밑줄치기, 영문학 작품의 학습, 그래프, 표, 도식, 도해학습, 어휘력을 높이기 위해 새로나오는 학습해야 할 중요한 단어들 학습법 등을 소개하였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실제 공부하는 데 적용하기 힘들었지만 이 방법을 염두에 두고 공부를 하니 책읽는 게 훨씬 쉬웠다. 책을 덮고 나도 책 내용이 상당부분 줄을 지어 떠올랐다. 책 전체 내용을 쉽게 파악하고 요약할 수 있었고 읽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독서방법에 관한 책에 더욱 관심을 쏟게 되었다.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늘 시간에 쫓겼다. 단번에 전체 윤곽을 파악하고 요점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독서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유행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제는 심리학뿐만 아니라 뇌과학까지 독서법에 들어왔다. 뇌를 활용한 독서법이 대세랄까. 그런 책을 보면서 각자가 고민해온 독서법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독서의 해이다. 여전히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추세다. 한 권을 읽어도 피와 살이 되게, 영혼의 양식이 되게 읽어야 한다. 그러려면 독서방법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해야 한다. 그러한 고민을 하는 독자를 위해 경험한 독서방법론을  소개하자 한다.

 

글. 정유철 선임기자 npns@naver.com
전 전남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