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이버 교실/07 영화 감상토론

[스크랩] 연극"파리대왕(Lord of the Flies)을 보고

DoDuck 2008. 2. 11. 11:04

어제는 아내의 탄신일(^^)을 맞아 동네에 있는 소극장엘 가서 올간만에 연극을 보았답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인데, 그 10분 가는데도 추워서 ㄷㄷㄷ -.-;;

 

공연작품은 윌리엄 골딩의 유명한 "파리 대왕(Lord of the Flies)"을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이었습니다. 집에 오다가다 포스터랑 소극장 앞에 간판을 보며 저거 보고 싶다고 노래를 하던 아내 몰래 예매를 해놓고  집에서 가깝다는 핑계로 8시가 막된 시간에 뛰다시피 해서 극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조그만 소극장 안에 한 50명이 커피나 와인잔을 들고 몸을 녹히고 있었고요.

 

 

극장은 무대를 가운데 두고 객석이 양쪽에 포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1990년도 해리 후크 감독에 의해서 만들어진 영화는 보았는데 책은 읽어 보지 못했답니다.책이나 영화로 만들어진 파리대왕을 보건데 무인도나 바다, 그런 장면들을 어떻게 무대에서 그것도 이런 조그만 소극장에서 표현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무대에는 생각대로 모래가 있고요, 등장 인물 10명이 그 조그만 무대에서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로 모든 내용을 소화해 내더라고요.

 

연극이 진행된는 동안엔 촬영할 수가 없어서 그 기이하고 상상을 초월한 연출을 보여드릴 수 없어서 아쉽지만 글로다 조금 설명을 해볼까 합니다.

 

윌리엄 골딩이 이 작품을 발표한건 1954년이니  2차대전으로 그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원작 소설에는 핵전쟁으로 피난하다 비행기 불시착으로 무인도에 살아남은 10명의 소년들의 이야기입니다.

 

처음 10명의 소년들은 무인도에서 어른들의 통제없는 낙원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나 이  10명의 소년들중 조금은 낙천적이며 이성적인 랄프를 중심으로 한 그룹과 독재적이며 권력지향주의인 잭이라는 소년을 중심으로 쪼개 지는 과정은 인간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자유스러운 낙원에서 순수하고 동심어린 소년들은  차츰 인간의 야만적이며 원시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고, 피와 정치와 통제의 과정이 이 무인도에 살아남은 이 10명의  소년들의 모습에서 적나라하게 토해집니다. 누가 지도자를 할 것이냐로 랄프와 잭의 갈등이 형성되고, 불을 만들 수 있는 돼지라는 우스운 이름을 가진 피기(Piggy)의 안경(물질적인 혹은 문명주의)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이들 소년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짐승이 사실은 비행기 조종사라는 것을 발견한 사이먼이 사고로 살해당하고, 멧돼지의 피로 분장을 한 잭의 일당의 광기가 결국은 소년 피기를 살해하고. 이과정을 그 조그만 무대에서 때로는 조명으로 때로는 드라이 아이스로, 때로는 음향효과로 모든것을 표현해 냅니다.

 

피기의 안경으로 불을 만들어 낼때는 모래뿐이라고 생각한 바닥에 강한 불빛이 무대 밑에에 조금씩 쏟아져 나와, 모래를 조금씩 걷어내자 마치 정말로 모닥불이 지펴지는 거 같은 효과를 내고요, 짐승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고막을 찢을 거같은 음향효과와 무대와 관객석 밑에서 드라이 아이스로 만든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무대 효과도 효과이지만 10명의 배우들이 뿜어내는 그 카리스마와 연기로 합창서부터 군무로 그 분위기와 내용을 소름끼칠 정도로 전달합니다. 특히 두그룹으로 나누어진 소년들이 한무대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영화 에서 편집을 하듯이 한 공간에서 5섯명으로 나누어진 두 그룹이 서로 섞여 있는데도 조명과 연기로 마치 두개의 다른 공간에 있다고 착각이 들정도로 표현해 내는데 정말 기발하더라고요.

 

특히 뻘간 페인트를 이용한 피의 효과가 너무 강인하고 그 특유의 냄새 땜시 아내는 속이 울렁거려서 혼났습니다. 우리가 앉은 자리가 앞에 두번째였는데 눈앞에서 피가 낭자한 멧돼지를 잡아 몸에 색칠하는 장면에서 정말 아무리 공포영화로 단련된 저이지만 욕지기가 나오더라고요.

 

총 공연은 2시간 30분이었는데 1시간 30분 후에 중간 휴식시간이 있어 잠시 그 역겨운 냄새에서 해방될 수 있었음을 얼마나 감사했는지^^;; 중간에 휴식시간동안에 극장 밖에서 심호흡을 가다듬은 사람들은 우리만이 아니었고요 ^^;;

 

 

근데 왜 파리대왕이지 물어보았는데, 아내말로는 파리대왕이 성서에서 일종의 악마내지는 사탄을 의미한다고 하더라고요, 유대어로 바아제블인가 하는데 이것이 영어로 번역되면서 "Lord of Flies"로 되었다고 하네요.

 

후반후엔 더 많은 피와 더많은 역겨운 장면들 덕분에 여튼 나머지  한시간을 둘러멘 마구라로 코를 감싸고 보았고요^^

 

마지막에 랄프가 친구 피기의 죽음을 슬퍼하며 피기의 안경을 들고 자신들의 악마성을 후회하며 혼자 무대에 남아 흐느끼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데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ㅠ.ㅠ

 

보면서 이문열님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도 많이 연상되더라고요, 한 학급을 배경으로 우리사회의 권력과 정치와 야만성의 담론을 펼치는 이야기 구조가 이 파리대왕하고 많이 비숫했던거 같고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저녁보다고 더 늦은 밤이고 바람도 강했는데도 훨씬 덜 춥게 느껴진건 좋은 연극을 함께한 아내의 행복한 미소때문이었던 거 같습니다^^;;

출처 : 호주 미디어 속의 한국
글쓴이 : tvbodag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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