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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세월호 참사 가족의 아픔과 치유법 (경향신문 8.27 22:00)

DoDuck 2014. 8. 28. 23:19

“무의식 속에 가라앉은 세월호, 끄집어내야 한국 미래 달라져” 심리학자 373명 성명



ㆍ“이해 못할 현실 극복 불가, 누구 책임인지·원인 뭔지 알아야 진정한 치유 시작”
대기업 중견간부 ㄱ씨(51)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16일 이후 두어 달 울적한 마음으로 지냈다. 뱃머리만 뾰족하게 수면 위로 내민 채 가라앉은 배, 살려달라고 창문을 두드리던 아이들, 속수무책으로 배 주변을 떠돌던 함정, 먼저 탈출하던 선장과 선원…. 뉴스를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솟았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회사의 사소한 비리를 덮고 넘어가던 자신을 공범자처럼 느꼈다. 그는 심리학자인 친구 이승욱 닛부타의 숲 정신분석클리닉 소장(51)에게 고통을 털어놓았다.
이 소장은 “세월호 사건은 이미 한국인들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비극적 사건을 수면 위로 끄집어낼 것인지, 무의식 속으로 수장시켜 버릴지에 따라 한국 사회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동료들에게 특별법 제정 서명을 제안했다. ‘무의식 속으로 가라앉은 세월호’를 끄집어내려는 시도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 22~25일 373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수사권·기소권을 보장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심리학자들의 성명’을 발표했다. 심리학자들이 거리로 나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심리학자들의 행동은 진상규명과 수사권·기소권 보장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세월호 참사 가족의 노력과 의지들이 비본질적 논란과 비방으로 왜곡되는 시점에 나왔다. 

참사 가족들의 절규와 호소를 두고 ‘질린다’ ‘그만하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때 심리학자들은 “비극적인 현실의 이유를 밝히고자 함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다. 납득되지 않은 경험은 계속되는 고통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이들은 “ ‘왜, 세월호가 침몰하였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서는, 지금 현실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지 못한 현실을 극복하기란 단연코 불가능하다”며 “진상규명으로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유가족의 죄책감을 덜고, 생존 학생들의 고통을 줄이는 출발점”이라고 했다. 
심리학자들은 참사 가족과 생존 학생들에게 “ ‘당신들의 잘못이 아닙니다’라고 거듭 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스스로를 탓하는 우리 모두에게도 위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리학자들의 성명은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우리 미래는 언제 일어날지 모를 참사에 대한 불안과 함께 무력감과 좌절감이라는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말로 마무리됐다.

이승욱 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건국 이래 심리학자들이 광장에 나선 건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신자유주의 확산으로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많이 접하는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상담’만으로 ‘개인의 아픔’을 치유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는 성명의 ‘비극적인 현실을 밝히려는 본능’을 이렇게 부연했다. “가족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경험하면 ‘부정→분노·죄책감→수용→애도’ 순서로 심리 변화가 진행됩니다. 지금 세월호 가족들은 ‘수용’ 단계로 넘어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체 아이가 왜 죽었는지, 누구 책임인지 알아야 사건을 받아들이고(수용), 애도하며, 본인을 돌아볼 여유가 생길 텐데 지금은 왜 침몰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 소장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별법을 통해 명명백백 진상이 밝혀지고 재발 방지가 된다면 세월호 희생자들은 의미 없이 죽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사람을 위해 구원하고 떠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출처 : 평화를 만드는 교회
글쓴이 : DoDuck강형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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