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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만리장성 한국인 낙서 '국제 망신'

DoDuck 2006. 3. 17. 02:18

중국의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만리장성에 한국인들의 낙서가 많아 망신을 사고 있다.

 

연간 전세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만리장성에서 일부 한국인들이 남기는 한글 낙서가 국가 위상을 깎아 내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 만리장성 한글 낙서 ‘눈살’ = 지난 3월 8일 오후, 중국 베이징 시 북쪽 외곽에 있는 ‘빠다링’ 장성. 만리장성의 대표적인 유적지인 ‘빠다링(八達嶺)’ 장성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다.

 

평일인 이날 이후에도 중국 각지와 외국에서 온 관광객 수백 명이 경사가 가파른 빠다링 장성을 오르고 있었다. 빠다링 장성 매표소에서 차로 약 5분 정도 떨어져 있는 케이블카 운행 구간에서도 마찬가지로 많은 관광객들이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장성 꼭대기를 향하고 있었다. 관광객들 가운데 단체관광을 온 한국인들도 적지 않았다.

 

명나라 때 축성된 장성 벽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던 몇몇 한국인 관광객들은 벽돌로 시선을 돌려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다. 그러더니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장성 벽 중·상층부에 깊게 패인 낙서 자국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  더욱이 한글로 쓰여진 낙서를 발견하고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장성 벽에 널린 낙서 가운데 ‘박○○’ ‘○년 ○월 ○○○ 왔다 감’ 따위의 한글들이 보였다. 한글 낙서는 중국어로 쓰인 낙서들 틈 사이에서 더욱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한문으로 쓰여지긴 했지만, 이름으로 보아 한국인이 남긴 것이 분명해 보이는 낙서들도 적지 않았다.

 

인천의 한 직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왔다는 30대 박 모씨(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리장성에 낙서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더구나 한글 낙서들을 보니 짜증이 난다”면서 고개를 가로 저었다.

 

특히 한국인들의 이용이 잦은 케이블카에는 한글 낙서가 훨씬 많았다. 최대 6명이 타는 케이블카 안에는 ‘○년 ○월 ○일 ○○ 왔다 감’을 비롯해, ‘○○학교’ ‘우정’ ‘○○ 사랑’ ‘○○ 직원일동’ ‘Korea’ 따위의 낙서들이 빼곡히 써 있었다. 케이블카 안에 붙여진 안내 스티커에는 더 이상 글을 써 넣을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케이블카 흰색 벽면에도 불과 몇 주전에 남긴 듯한 ‘2006년 2월 26일 어린이, 아줌마 ○○’ 이라고 적힌 낙서가 검정색 펜으로 쓰여 있었다. 내용으로 볼 때, 낙서를 남긴 한국인들은 초등학생부터 어른들까지 다양해 보였다.

 

 

 

 

 

이날 이를 보다 못한 한 한국인 관광객이 한글 낙서로 꽉 찬 스티커를 떼어 내려고 했다. 하지만 스티커가 접착력이 강해 떼어지지 않아서 할 수 없이 포기하고 말았다.

 

서울에서 왔다는 김 모씨(남)는 “케이블카 안에서 한글로 된 낙서를 보고서 창피해서 얼굴이 달아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각지 관광객들이 오는 만리장성에 까지 와서 몇몇 한국 사람들이 남긴 낙서 때문에 모든 한국인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혀를 찼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일하는 한 중국인 관리원은 “승강장 옆에 세워진 안내 표지판에 ‘낙서 엄금’ 이라는 경고문(중국어, 영어)을 써 놓았지만, 관광객들이 이를 무시하고 모든 케이블카 안에 계속해서 낙서를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낙서 중에 중국어가 아닌 글자들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 관광객들이 케이블카를 많이 타는 것을 봐서는 한국어 낙서도 적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 만리장성, 낙서로 ‘몸살’ = 만리장성이 중국어를 비롯해 한국어, 일본어로 된 낙서들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심지어 장성의 벽돌마다 관광객들이 남긴 글자와 그림이 새겨져 있어 새로 글자를 새겨 넣을 ‘멀쩡한’ 벽돌을 찾기 힘들 정도라는 과장 섞인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언론들도 최근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에서 온 관광객들이 낙서를 남기고 있다”며 “지금 장성은 ‘상처’ 때문에 지쳐 있다”고 일제히 지적하고 나섰다.

 

그 중에서도 빠다링 장성 유적지는 낙서로 만신창이가 된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초순 중국 국경절 연휴기간에만 20만 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았고,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의 손이 쉽게 닿는 벽면에는 빠짐없이 관광객들이 남긴 낙서가 있다. 낙서는 관광객들이 자취를 남기기 위해 쓴 이름과 그림, 기호 따위들이다. 특히 장성 벽돌 표면의 적지 않은 낙서들은 칼 같은 뾰족한 도구로 새겨져 있다. 깊게 패인 낙서 자국은 1cm나 된다. 문구용 ‘화이트’ 수정액이나 붓으로 쓰여진 것들도 있다.

 

 

 

 

이날 중국 내륙 충칭시에서 왔다는 20대의 왕 모씨(남)는 “옛날부터 ‘만리장성에 오르지 않고서는 사내 대장부가 아니다’는 말이 회자돼서 일부러 ‘사나이 장성’ 구간에 올라 왔는데, 장성의 벽돌 도처에 새겨진 낙서를 보니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온 한 중년 남자는 “왜 이런 짓을 하는 지 모르겠다”며 “정말 너무 심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빠다링’ 장성 구간에 서 있던 한 장성 관리원은 “오래 전부터 관광객들이 낙서를 남겨와서 멀쩡한 벽돌이 거의 없고, 이제 글자를 새겨 넣으려고 해도 공간이 없을 정도다”며 “낙서 자국을 지우려고 해도, 워낙 깊이 파인 탓에 복원이 힘들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빠다링 장성에서 가까운 ‘쥐용관(居庸關)’ 장성의 벽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쥐용관 장성 관리처는 아예 지난 2월 연인을 비롯한 관광객들로부터 돈을 받고 ‘사랑 문구’를 새겨 넣을 수 있는 ‘애정 장성’ 구간을 따로 만들기에 이르렀다.

 

쥐용관 장성 관리처 측은 “많은 관광객들이 장성 벽에 애정 문구를 새겨 넣는다“며 “장성 훼손을 막기 위해 ‘애정 장성’ 구간을 따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애정 장성’은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고 개설 9일 만에 폐쇄됐다.

 

낙서뿐만 아니라, 장성 파괴도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 언론은 “명나라 때 건축된 장성 가운데 벽체가 완벽하게 보존된 구간은 20% 미만 정도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장성의 훼손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자, 최근 중국 내에서는 장성에 대한 대대적인 ‘성형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장성보호학회와 빠다링장성관리위원회는 지난해 말 처음으로 만리장성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방안을 일반에 공모하기에 이르렀다.

 

일반인으로부터 접수한 아이디어 가운데는 ‘다른 벽돌을 이용해서 교체하자’, ‘화학원료를 이용해 벽돌의 파진 부위를 메우자’, ‘성벽건축용 벽돌을 가루 내어 패인 곳에 바르자’, ‘벽돌을 가루 내고 찹쌀 죽을 섞어서 장성 벽에 바르자’ 따위의 내용이 많았다.

 

아울러 문물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안전문 설치’ ‘관광객들의 칼 따위의 뾰족한 도구 소지 금지’ ‘장성에 글자 남길 수 있는 특별구간 설치’ 등의 방안들도 나왔다. 이밖에 차라리 ‘상흔의 역사’를 그대로 보존해 관광객들로 하여금 ‘재난’의 폐해를 깨닫게 하는 역사 교재로 삼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중국장성보호학회는 그러나 아직까지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장성학회의 둥야오후이 부회장은 “최근 ‘장성 벽 낙서 자국 제거 방안' 공모 활동을 벌인 뒤로 국내외 각계로부터 6000여 가지 방안을 접수했지만, 장성 낙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을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말 중국 국가문물국은 ‘장성 보호 프로젝트’에 정식으로 착수했다. 국가문물국은 “앞으로 10년 동안에 걸쳐 장성 보호를 위한 법규 체계를 세우고 관리 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보수 작업을 실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수동적인 장성 보호 활동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중국 언론들은 “어떤 강제 장치 보다, 관광객들이 자발적으로 문화유산을 보호해야겠다는 의식을 갖고 낙서 행위를 자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하고 있다.

출처 : 시사
글쓴이 : precious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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