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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의 이유⑴

DoDuck 2003. 2. 17. 00:55





사랑하는 하님아, 네 글을 읽으며 아빠는 제자들이 생각났다.


노원중에서도,
신방학중에서도 아빠는 네 말과 똑같은 항변을 들었었단다. 아마 인수중학교에서 만날 학생들도 얼마후면
똑같은 얘기들을 하겠지?


어쩌면 아빠가 이제 참을성이 부족해져서 기다려줄줄 몰랐던 면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빠는 어쩐지 폭력 아빠, 폭력교사로
매도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몇마디 항변을 하고싶구나.


가르친다는 뜻의 한자 "敎"자가 어떻게 만들어진 글자인지
아니? 여기에는 회초리를 들어 종아리를 치는 의미가 담겨 있단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사회에서나 자녀를 가르칠 때 매를 아끼지말라고 충고하고
있단다. 성경말씀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 잠언 13장 24절을 찾아보렴.
잠언 23장 14절, 29장 15절,히브리서 12장 6절 등에도 이런 생각들이
나타나있지.


아빠는 체벌을 금지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대해 이상주의라고 비판한다.
체벌이 없이도 잘 가르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냐마는, 어째서
성경말씀에까지 자녀를 위해 매를 아끼지말라고 충고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렴.


아빠는 네게 네 말중에 "때린다고 해서 억지로 행동이야 바뀌겠지만,
진심으로 하는 행동은 아니니까... 소용도 없는데" 라는 말에 대해
다시 깊이 생각해보라고 충고하고 싶다.


"억지로 행동을 바꾸는 것"이
체벌의 진짜 목적이란다. 너는 아빠가 매를 드는 근본을 잘 이해하고
있다. 바로 그거야. 억지로 행동을 바꾸는 것. 하기 싫어하는 행동을
하게 하는 것.


왜 억지로 행동을 바꾸게 하는가? "진심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니까 소용이 없을텐데…" 네 첫 번째 항변의 근거는
이것이지?


자,
네가 말하는 "진심"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렴. 네가 어떤
행동을 하였는데 아빠가 매를 들어 억지로 그 행동을 하지 못하게 했다.
매가 무서워 너는 그 행동을 하지 않았다. 너는 진심으로 네 행동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다. 너는 아빠의 눈을 피해서 여전히 아빠가 금지한
행동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빠가 금지하고자 하는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네 진심이니?


만일 그렇다면 그 진심이란 거의 정체는 무엇이 될지 생각해보렴.
네가 말하는 진심은 충동이니? 악마적인 본성이니? 나쁜 짓을 하고 싶어지는
욕심인가?


사랑하는 하님아, 좀더 겸손하게, 좀더 예의바르게, 배우는 사람의
위치에서 말하도록 하자. 네가 할 말을 "아빠, 제가 한 짓이 왜
나쁜 것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너무도 하고 싶은 짓인데 이게 왜 나쁘죠?"
이런 말이어야 하는 거야.


 사람들은
어떤 짓인지 좋은 짓인지 나쁜 짓인지를 어떻게 알게  되는가?
사람들은 처음부터 상과 벌을 통해서 일단 선악을 배운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네가 아빠에게 하는 항의는 "아빠! 이제 제 나이는 상벌을
통해서 선악을 배울 나이는 지났어요!"라는 얘기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상과 벌이 아니라 말로, 이론으로 선악을 판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겠지?


그래,
아빠도 네가 이렇게 말로해도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가 된 게 기쁘다.
사실은 나이만 먹는다고 저절로 이런 능력을 갖추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네가 네 나이에 해나가야 할 인생의 숙제들을 잘 해내왔구나 생각하니
정말 칭찬해주고 싶단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아직 네가 맞지 않아도 될 나이가 된 것은 아니란 걸 아니?


하님아,
이야기가 꽤 길어지는구나.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체벌의 이유. 억지로
행동 바꾸기.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