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한마디/따온 글
서북청년단의 만행을 고발하는 시 한편 소개합니다
DoDuck
2014. 10. 6. 15:00
‘오라리’
- 고은
제주도 토벌대원 셋이 한동안 심심했다
담배꽁초를 던졌다 침 뱉었다
오라리 마을
잡힌 노인 임차순 옹을 불러냈다 영감 나와
손자 임경표를 불러냈다 너 나와
할아버지 따귀 갈겨봐
손자는 불응했다 토벌대가 아이를 마구 찼다
경표야 날 때려라 어서 때려라
손자가 할아버지 따귀를 때렸다
세게 때려 이 새끼야
토벌대가 아이를 마구 찼다
세게 때렸다
영감 손자 때려봐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때렸다
영감이 주먹질 발길질을 당했다
이놈의 빨갱이 노인아 세게 쳐
세게 쳤다
이렇게 해서 할아버지와 손자
울면서 서로 따귀를 쳤다
빨갱이 할아버지가 빨갱이 손자를 치고
빨갱이 손자가 빨갱이 할아버지를 쳤다
이게 바로 빨갱이의 놀이다 봐라
그 뒤 총소리가 났다
할아버지 임차순과 손자 임경표
더 이상 서로 따귀를 때릴 수 없었다
총소리 뒤
제주도 가마귀들
어디로 갔는지 통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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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서 발견한 시입니다.
페친이 아무말 없이 올려두었더군요.
제주도로 내려간 서북청년단이 어떤 말종들이었는지 이 시가 말해줍니다.
짐승만도 못한 놈들에게 욕하는 것도 잊은 채, 눈물만 흘렸습니다.(블로그주인장)